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올해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소비처인 중국이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중국정부가 이구환신 정책에 이어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든 만큼 실적 개선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초화학 비중이 높은 LG화학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58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75% 감소한 수치다.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 323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석유화학부문은 다시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에프앤가이드 전망치 기준 올해 3분기 9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기록한 적자를 올해 3분기에도 이어가지만, 적자 폭은 줄었다.
이는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 하락 과정에서 부정적 재고 효과가 발생한 영향이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 7월 703달러에서 8월에 674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646달러로 지속 하락했다. 이 전에 매입해 생산에 사용한 원재료의 원가는 높은 반면 나프타 가격 하락을 반영하는 최종 제품의 판매 가격은 낮아져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여기에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국 등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실적 악화의 요인이다. 국내 석화업계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감소 등으로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8월 생산자물가는 23개월 연속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셜티를 내세운 화학기업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효성티앤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2%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16.08% 감소했다. 스판덱스의 경우 원재인 BDO(부탄디올) 등의 공급 과잉으로 중국 판가가 하락세를 지속했고, 공급 확대 영향으로 중국 재고가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p 낮추면서 약 19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경기 부양의 칼을 빼들었다.
또 지난 8일에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약 38조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겠다며 두 번째 부양책을 발표했다. 100억원위안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 목록을 이달 말 전달하는 등 국가 전략 산업과 안전·안보 분야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해 경기를 부양한다는 목표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사업구조 재편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이구환신(중고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이번 분기에도 경기부양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어 침체된 소비나 건설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7월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석화제품 수출량이 (전년 동기보다)6.6% 회복됐다"며 "글로벌 NCC(나프타분해설비) 업체 3곳의 설비 폐쇄로 공급압박이 완화되는 등 업황 여건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