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 1분기 경기상황과 매출전망도 부정적일 것으로 봤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진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 및 중국한국상회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2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실사지수(BSI)를 20일 발표했다. BSI 수치는 0~200의 범위에서 산출되는데, '변화 없음'을 100으로 기준 삼았을 때 200에 가까울수록 전 분기 대비 개선, 0에 가까울수록 악화를 의미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전망 BSI의 경우 시황과 매출이 100 밑으로 다시 하락 전환했다. 전체 기업들의 2021년 1분기 전망 BSI는 시황이 93으로 다시 100 밑으로 하락했고, 매출(96)도 4분기 만에 다시 100을 밑돌았다. 현지판매(103) 전망치는 여전히 100을 웃돌지만, 설비투자(99)와 영업환경(97)이 100을 밑돌면서 전분기와 달리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현황 BSI는 전반적으로 상승세였지만 영업환경(80)은 3분기 만에 하락 전환했다. 기업들의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인력·인건비 문제가 더욱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들의 경우 현지 수요 부진(22.9%), 인력난·인건비 상승(21.0%), 수출 부진(12.7%) 순으로 경영애로사항을 꼽았다. 특히 전기·전자업종과 화학업종에서는 인력·인건비 상승 응답률이 각각 38.7%, 30.0%로 가장 높았다.
중국에서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시행되면서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출관리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제재 대상의 제품을 수입해 재가공해 제3국에 수출하는 경우에도 수출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 제재 대상인 미국 기업의 부품을 수입해 재가공 후 수출할 경우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산업연구원·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중국한국상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중국 진출 국내 기업 경기실사지수(BSI) 설문 결과. <자료:산업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