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열풍에 볼륨차종 일감 몰려
비인기 승용차 공장은 일감부족
비인기 승용차 공장은 일감부족
현대자동차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현대자동차가 공장별 일감 '빈익빈 부익부' 심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볼륨차종(많이 팔리는 차)을 생산하는 공장은 일감 걱정이 덜하지만, 비인기 차종을 생산 중인 공장은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열풍이 불면서 승용차를 생산하는 공장의 일감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는 공장별 근로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에 현대차는 국내 전 공장에서 SUV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내년 출시할 경형 SUV 프로젝트명 'QX'를 울산 3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애초 현대차는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소형 승용차 엑센트를 대체하는 차원에서 QX를 울산 1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었다. 신차 배정은 '일감'과 직결하는 문제인 만큼 1공장 직원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예정대로 1공장에서 생산할 경우 공장 생산능력을 고려해 2~3만대 물량 부족이 예상되며, 세계적인 SUV 차량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 공장에 SUV 제품군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차가 최근 세계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SUV 열풍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승용차 위주로 꾸린 제품군 탓에 시장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뿐 아니라 SUV는 이제 세계 자동차 업계의 키워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작년 가장 많이 팔린 차량 15종 중 10종이 SUV 또는 픽업트럭이었다. 국내에서도 2012년 전체 판매량에서 20%대 비중을 돌파한 이후 작년에도 35%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는 SUV 제품군을 늘리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내년까지 경소형부터 대형까지 5종에 이르는 SUV 제품군을 완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통해 승용차 위주였던 판매 비중을 SUV로 빠르게 이동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이번과 같이 노조와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결국 현대차 측은 QX 생산과 관련 1공장 엑센트를 생산하지 않을 때 대체 차종을 내년 6월 내 확정해 통보한다고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근로자들 입장에선 신차는 곧 일감과 직결할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생산 분배를 하지 못할 경우 노·노 분쟁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