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들의 보안 수준이 열악하다 보니 제조현장에서 핵심 산업 기밀이 샐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이버공격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공급망 공격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다. 랜섬웨어 조직들이 해킹 브로커를 중심으로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SK인포섹 화이트해커 전문가그룹 EQST(이큐스트)가 20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보안 트렌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를 대상으로 89만6872건의 사이버공격이 발생했다. 이는 전년 동기(60만602건)보다 49.3%나 늘어난 수치다. 업종별로는 제조(19%), 서비스(15%), 공공(14%), 금융(12%)·전문기술(12%), 개인(11%) 순으로, 유독 제조분야 비중이 해외(13%)보다 높았다.
식품기업 O사가 지난달 랜섬웨어 조직 블랙캣의 공격을 받아 1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탈취 당하는 등 랜섬웨어 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래된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 비율이 늘고 있다.
특히 이런 점을 노려 IAB(초기 침투 전문 브로커)들이 주로 제조 분야를 겨냥해 활동하고 있다. 초기 침투 전문으로 계정·기밀 등을 빼내는 IAB들은 획득한 정보를 다크웹에서 랜섬웨어 조직 등에게 판매, 대규모 공격과 2차 피해를 유발시킬 수 있다. 이들의 활동 때문에 올 상반기 침해사고 유형 중 정보유출(30%)이 악성코드(28%), 피싱·스캠(18%)보다 많았다.
이호석 SK인포섹 EQST랩 담당은 "IAB의 활동으로 랜섬웨어 그룹이 점점 더 조직화돼, 전문지식 없이도 손쉽게 공격을 시도해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면서 "대규모 랜섬웨어 공격이 발생한 것도 전년과 차이점이며, SW공급망 공격은 더욱 연쇄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QST는 올 하반기 주요 보안위협으로 △확장된 SW 공급망 공격 △IAB 중심 랜섬웨어 조직화·세분화 △북한발 해킹 증가 △SW취약점 악용 공격 △생성형AI(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피싱 패턴 다양화를 전망했다. 특히 '김수키', '라자루스' 그룹 등 대표 북한 해커그룹이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하는 스피어 피싱과 악성코드 기능을 고도화시키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생성형AI 발전으로 보안위협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EQST는 생성형AI를 딥페이크·딥보이스 기술에 접목해 피해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방한 후 피싱 공격을 하는 행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생성형AI를 보안 실무에 활용하기에는 수준이 떨어져 보조도구 정도로 적합하다는 게 이 회사의 견해다. 내부 테스트 결과 '시나리오 모의해킹'과 '시큐어 코딩'에선 각각 60%, 50% 정도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모바일 분석' 및 '악성코드 분석'은 30%, 20% 수준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다.
하반기에도 제조분야 사이버공격이 이어질 전망인 만큼 기업들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심재홍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침해대응단장은 "제조분야에 대한 공격은 수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조사를 나가보면 보안 패치가 안 됐거나 오래된 OS(운영체제)를 쓰는 곳이 여전히 많다"며 "정보자산에 대한 보호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모의훈련에도 참여해볼 것을 권한다. 침해가 발생하면 필히 신고해야 우리가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SK쉴더스 EQST가 보안 실무 주요 분야에 생성형AI를 도입해 활용도를 테스트한 결과. SK쉴더스 제공
이호석 SK쉴더스 EQST 랩장이 20일 서울 중구 SK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보안 트렌드 및 AI 보안 위협 전망' 미디어 세미나에서 '유형별 침해사고 발생 통계'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SK쉴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