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10일 오후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등산하는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투표합시다"라는 짤막한 글귀를 남겼다.
그간 문 전 대통령은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지원 유세했다.
지난 1일에는 이재영 민주당 경남 양산갑 후보와 경남 양산 물금읍 벚꽃 길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너무 못 한다. 정말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 칠십 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면서 "이번에 꼭 우리 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당들이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둬서 정말 이 정부가 정신을 차리도록 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일에는 울산을 찾아 "정말 민생이 너무 어렵다.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며 "우리 정치가 너무 황폐해졌다. 막말과 독한 말들이 난무하는 아주 저질의 정치로 전락했다"고 윤석열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4일에도 경남 창원에서 지원 유세를 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혹평을 이어갔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는 아직도 혹독한 겨울이다. 민생이 너무 어렵다"면서 "여러모로 대한민국이 퇴행을 하고 있는데, 이번 총선을 통해 정말 대한민국의 진정한 봄을 이뤄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통령이 총선정국 한 가운데 등장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여권의 가시돋힌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양산갑 후보가 전날 오후 유세 중 "문재인 죽여야 돼"라는 극언을 한 것이다.
강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어제 평산마을 근처 도로에서 윤 후보가 유세차 위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문재인 죽여야'라고 막말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막말이 아닌 폭력"이라며 "국민과 문재인 전 대통령 앞에 용서를 구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윤 후보를 향해 "군사독재 정당 후예답다. 정치폭력조직 백골단원을 연상시킨다"며 "국회의원 후보가 맞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 사건을 벌써 잊었나. 정치 지도자의 목숨을 앗으려 한 증오정치의 끔찍한 산물을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에서 소환하자마자 바로 저런 모골을 송연하게 하는 극언이 나왔다"며 "한 위원장은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잊혀지고 싶다'고 말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현실정치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며 "이제 손을 떼고 물러나 당초 희망대로 잊혀진 존재로 조용하게 살아가시라는 취지에서 했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자신을 비판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이 대표의 반응이 참으로 어이없다"면서 "인륜과 천륜에 반하는 욕설을 하고, 국민을 기만하며 '일 하는 척'하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나? 정치를 그만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고 역공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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