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116만 배럴 추가감산
국제유가 장중 81달러로 치솟아
하루새 원·달러 환율 14.6원 ↑
에너지 수입액 늘면 물가 자극
韓 무역적자 폭 더 키울 가능성
'OPEC 플러스'(OPEC+) 소속 주요 산유국들이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 회의를 앞두고 2일(현지시간)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추가 원유 '깜짝 감산'을 결정했다.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간곡한 증산 요청을 무시하고 감산 결정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덮힌 먹구름을 짙게 하고 있다.
유가가 고공 행진하면 물가 오름폭이 커진다. 에너지 수입액도 늘어 역대 최악인 무역적자를 더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더 이어가야 할 수도 있다. 무역적자는 달러 공급을 줄여 원·달러 환율을 상승(원화가치 하락)시킨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을 지속시켜 서민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국제 유가 급등 여파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6원 오른 달러당 131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 통신은 내달부터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50만 배럴(bpd·barrel per day) 감소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번 자발적 감산은 지난해 10월 OPEC+ 회의의 대규모 감산 결정과 별도로 실행되는 추가 조치라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14만4000 배럴 △이라크 21만1000 배럴 △쿠웨이트 12만8000 배럴 △오만 4만 배럴 △알제리 4만8000 배럴도 자발적 감산에 동참했다. 비OPEC 국가 중에선 카자흐스탄이 7만8000 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OPEC+ 회원국의 추가 감산량이 116만 배럴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추가 감산은 5월부터 12월 말까지다. 러시아는 이미 50만 배럴 감산을 3월부터 6월까지 추가적으로 단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12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이로써 5월부터 OPEC+의 감산 규모는 작년 10월 말 결정했던 200만 배럴과 더불어 총 366만 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세계 하루 수요량의 3.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4월 감산 규모는 러시아의 5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감안할 경우 250만 배럴 수준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되며 배럴당 70달러선 밑으로 내려갔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년 새 최고폭인 8%나 상승, 장중 81.58달러까지 치솟다가 75.67달러에 장을 마쳤다. 80달러에 채 미치지 못하던 브렌트유도 85달러를 기록했다. 3일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장중 7% 올라 80달러선을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선 예상치보다 5달러 높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OPEC+의 가격 결정력이 과거에 비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투자회사인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는 유가가 10달러 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MC 마켓츠의 팅 텅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리오프닝과 서방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조치를 고려할 때 유가가 다시 100달러선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OPEC+의 추가 감산 조치가 바이든 미 행정부와 사우디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는 지난해 10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200만 배럴의 대규모 감산 계획을 발표했었다. 미국은 물가를 잡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원유 판매 수익을 제한하기 위해 산유국들에 증산을 요구해왔다.
블룸버그는 OPEC+의 움직임이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정부가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OPEC+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에 초점을 맞춰 원유 생산 및 소비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들을 고심에 빠뜨릴 수 있다.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목표가 당초 예상한 연 5.1%를 웃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준은 5월 2~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대신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OPEC+의 기습적인 감산 발표가 있기 전에는 연준이 5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선물 관계자는 "OPEC+ 정례회의가 6월로 예정돼 있는데도 이례적으로 깜짝 감산 협의가 이뤄진 것은 OPEC+ 내부적으로 일부 손실을 감내하고라도 수요 둔화에 따른 유가 하락 추세를 방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다만 감산 규모는 유가 하락 압박을 완화하는 수준이어서 유가의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 물가에 기름붓는 원유감산 쇼크](//contents.dt.co.kr/images/202304/2023040402100154058001[1].jpg "[기획] 물가에 기름붓는 원유감산 쇼크")
![[기획] 물가에 기름붓는 원유감산 쇼크](http://contents.dt.co.kr/images/202304/2023040402100154058001[1].jpg "[기획] 물가에 기름붓는 원유감산 쇼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