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물 WTI 가격 123.70달러
2008년 8월이후 최고치 기록
국내기업 수입 비용부담 커져
무역수지·성장률 달성 애로
2008년 8월이후 최고치 기록
국내기업 수입 비용부담 커져
무역수지·성장률 달성 애로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공식 발표하면서 종가 기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5% 수준이다. 한국이 미국의 원유 수입 금지에 동참하더라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 등이 수입 금지 조치에 동참할 경우 원유 공급이 줄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 국내 업계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50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도 1230원을 돌파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가격이 급등하게 돼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면 전반적인 상품 가격도 인상돼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째 3%대를 이어가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급등할 경우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개월 만에 흑자 전환된 무역수지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적자로 전환한 뒤 지난달 8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1% 역시 크게 꺾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4.9%, 유가(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73달러를 전제로 연간 경제성장률을 추산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와 세계 성장률 전망 등 상황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유가 상황을 고려할 때 무역수지가 재차 적자 전환할 여지가 높다"며 "더욱이 국내는 고유가 상황에 가장 취약한 국가임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상황이 부담스러운 리스크"라고 전망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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