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깨고 野 권성동·정진석·윤희숙 의원과 연쇄회동한 尹
입당 시기는 '전대 이후' 전망…당권주자 이해 갈려
尹 즉각입당시 '유승민계' 공세 받던 이준석 유리
권성동 "尹, 李 돌풍 거론에 화제 돌려"…김무성 등 중진은 李 연대 조짐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중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6·11 전당대회 이후 대권 도전을 예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汎)야권 유력 잠룡인 윤 전 총장은 직 사퇴 이후 석달 가까운 잠행 끝에 최근 검사 시절 인연을 맺은 권성동, 충청권 최다선(5선)의 정진석, 경제학자 출신으로 대여(對與) 비판에 앞장서 온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잇따라 만났다. 윤 전 총장의 야당 의원 연쇄 접촉을 두고 권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결국은 대권 도전은 (제3지대가 아닌) 우리 당과 함께하겠다는 정치적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며 "제가 아는 윤 전 총장은 굉장히 현실주의자"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의 제1야당 입당 자체는 상수로 굳어가고 있지만 그 시기는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8월까지로 거론된다. 권 의원은 전당대회 이전 입당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며 "모든 뉴스의 초점이 전대가 아니라 윤석열로 가니까 그건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합류 여부와 시기는 현재 당권주자 간 이해와 얽혀 있기도 하다. 나경원·주호영 당대표 후보는 '돌풍'을 일으킨 30대 주자 이준석 후보에게 '유승민계' 행적을 들어 대선 경선 불공정 관리 의심을 제기해왔고, 이 후보는 이같은 공세를 '계파갈등 구태'로 규정하며 맞받은 상황이다. 나 후보는 전날인 1일 두번째 후보자 TV토론에선 이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악연을 부각하며 야권통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이날 SNS로 윤 전 총장을 향해 "우리 당의 버스에 안락하게 모시겠다"고 구애에 나섰다. 다만 그동안 '대선 버스'의 정시(定時) 출발을 강조해 온 데 이어 "첫번째 정류장(당내 경선)은 전당대회 후 늦어도 한달 이내 문을 닫을 것"이라고 간접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 의사를 밝힐 경우 나·주 후보의 우려가 불식되고 이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다만 속내는 오리무중이다. 권 의원은 강릉에서 회동 당시 윤 전 총장에게 '이준석 돌풍이 실체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드러내며 의중을 떠 봤지만, 윤 전 총장이 화제를 돌렸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당권경쟁은 이 후보와 나·주 후보 간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이 후보 쪽으로 당내 중진들의 지지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일례로 이 후보는 다른 중진주자인 홍문표·조경태 후보에게는 깍듯하게 예우하면서 계파 의혹 자체를 구태로 규정하는 측면지원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또 옛 비박(非박근혜)계 수장격이던 김무성 전 대표와 지난달 30일 이른 아침 회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자가 언론에는 만남 사실을 부인해 의구심을 자아냈음에도, 조·주 후보는 이날 각각 오전 라디오에서 "정치인들은 누구나 다 만날 수가 있다"며 비판을 자제했다. 주자들은 이날까지 총 5회로 예정된 TV토론 중 2회, 호남권에 이은 PK(부산·울산·경남) 권역 합동연설회 일정을 소화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달 29일 강원도 강릉시의 한 식당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