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 이화학당의 "메리 크리스마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24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 이화학당의 \"메리 크리스마스\"")
러시아 피난민·만주동포에 두 궤짝 선물
배려와 나눔 행동으로 실천한 이화학생
낮은데로 임한다는 성탄의 의미 되새겨
12월 25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이다. 성탄절은 1885년 선교사들과 함께 국내에 들어왔다. 1920년대 이후 서구문화 수입이 잇따르면서 성탄절 문화는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후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기념하는 명절이 됐다. 다만 올해 성탄절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그렇다면 100년전 성탄절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 이야기들을 찾아 타임머신 썰매를 타고 여행을 떠나본다.
1920년 12월 18일자 매일신보에 '연하우편 취급 첫 날의 번창'이란 제목의 기사가 있다. "12월 15일은 경성우편국에서 연하우편을 취급하는 첫 날이었는바, 상황을 물어보니 그 수효는 1만8989통으로 작년 그 날에 비하면 실로 33할 7부의 격증을 하였다. 그리고 그날 전보 취급한 것을 듣건대, 1만523통으로 작년 그날에 비교하면 약 9%의 증가라더라." 100년 전 성탄절에 위로와 감사의 연하우편을 보내는 것이 점점 늘고있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 말고도 크리스마스 씰이 발매돼 결핵환자를 위해 쓰여졌다는 보도도 많다. 1932년 12월 캐나다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의 주도로 남대문을 배경으로 한 첫 씰이 발행됐다. 셔우드 홀은 의료선교를 펼치던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189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최초의 외국인이었고 우리나라 결핵퇴치 운동의 선구자였다. 셔우드 홀의 자서전에는 웃지못할 내용의 편지가 소개되어 있다. "결핵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다는 광고를 보고 씰을 샀습니다. 매일 밤마다 이 씰을 정성껏 제 가슴 위에 붙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심한 기침은 조금도 낫지 않습니다. 돈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 이화학당의 "메리 크리스마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2402102269061001[2].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 이화학당의 \"메리 크리스마스\"")
또한 성탄절은 국내 뿐 아니라 우리 교민이 살고 있는 해외에서도 중요한 날이었다. 1942년 1월 8일자 신한민보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온다. "미국 뉴욕 한인교회에서는 지난 12월 25일 오후 8시에 성탄예식을 거행하였는데, 30여명의 교우들이 아름다운 순서로 의미있는 예배를 드리고, 그 후 산타크로스 영감의 예물 분배 및 냉면(冷麵)의 향응도 있어서 늦도록 희락(喜樂)하다가 오후 10시 반에 산회하였다. 이번에 진행한 순서는 김성덕씨가 담임하였고, 경비의 모금은 홍태호씨 부인이 전력하여 일반 동포들의 후원을 받았기에 교회 당국은 감사히 여긴다더라."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 이화학당의 "메리 크리스마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2402102269061001[3].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 이화학당의 \"메리 크리스마스\"")
이렇듯 성탄절은 감사와 평화와 기쁨의 날이었다. 1897년 12월 16일 그리스도신문은 성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해마다) 양력 12월 25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날인데, 이 날은 천하만국이 통동(通同)하여 경축하는 날이며, 모든 교회에서는 기도를 하기도 하고, 일 년 중 가장 큰 명일로 작정하여 열심히 그 날을 지킨다. 이것은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세상 사람의 죄를 대속(代贖)하시려고 세상에 탄생하신 날인 고로 천하만국 사람들이 천추만세(千秋萬歲)까지라도 이 날을 잊지 않고 지킴은 그리스도의 무한하신 공로를 생각함이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요."
하지만 성탄절은 원래의 경건한 의미가 차츰 쇠퇴해져 점차 재미있게 노는 상업적 분위기로 변해간다. 1925년 12월 3일자 매일신보의 '조선호텔의 성탄축하 준비, 진기한 여흥으로 낙원을 이룰 터'라는 기사에는 이런 세태가 묘사되어 있다. "매년 연례에 의하여 오는 25일 예수성탄일 밤 조선호텔에서 축하회를 개최할 터인데, 그날 밤에는 호텔 내부를 전부 단풍으로 장식을 하고 색 전등을 달고, 음악, 무용, 가극 등 가장 재미있는 여흥이 있은 후,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나와서 선물을 나눠 줄 것이요, 음식을 나르는 여급사들도 꽃다운 의복을 입히는 등 하룻밤의 낙원을 개설할 터인데, 참가 회원이 다수이므로 오후 6시와 오후 8시 두 번에 나눠지고 회비는 4원씩이라고 한다."
1936년 12월 25일자 매일신보에도 이런 세태를 비판하는 기사가 게재되어 있다. '기독교인들의 손에서 상인들의 손으로 넘어간 크리스마스'란 제목의 기사는 당시 백화점의 쇼 윈도우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언급하면서 향락적 소비문화로 성탄절이 종교적 의미와 거리가 먼 날로 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좋은 날에는 '좋지 않은 일'도 항상 일어나는 법이라고, 성탄절 날 벌어진 교파 간 싸움을 보도한 기사도 눈에 띈다. 1928년 1월 3일자 매일신보를 보자. "대구에서 예수교가 조선인과 외국인 두 파로 나뉘어 매년 암투가 있어오던 바, 대구 남성정 독립 조선예수회는 외국인 교파로부터 4~5년간을 두고 직·간접적으로 무수한 폭해와 압박을 받아왔는데, 지난 성탄날 밤에 또다시 성야(聖夜; 크리스마스 전날 밤)를 어지럽히는 풍파가 있었던 바, 미국인 교파가 조선인 교회의 간판을 파괴하고 투석을 하며 모욕과 폭행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날 답게 '아름다운 자선'이 더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1921년 12월 23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인물이 소개되어 있다. "충북 영동군 읍내 야소교회 장로 최지한(崔芝翰)씨는 다년간 의약계에 명성이 있던 바,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아 12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각 병자의 진찰과 약품을 무료 시혜(施惠)할 터인데, 질병으로 신음하는 남녀노소는 다수 내방하기를 바란다더라."
1922년 12월 16일자 조선일보에도 '500명 처녀의 열성으로 철야 제조한 의복이 1천여 건'이란 제목의 미담 기사가 게재되어 있다. "정동에 있는 이화학당의 학생들이 서로 회의한 결과, 예수님의 탄생일, 즉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는데 러시아 피난민과 만주에서 고생하는 우리 동포에게 선물을 보내야겠다고 의견을 모은 후, 1개월 전부터 기숙사 마룻방에서 밤이 늦도록 옷을 지어 만들어 어제 기도식을 거행한 후, 두 개의 궤짝에 넣어서 하나는 러시아 피난민에게, 하나는 만주에서 전도하는 배형식(裴亨湜) 목사가 있는 하얼빈으로 발송하였다. 위문품의 대부분은 조선 저고리, 치마바지, 수건, 홑이불 등이었다. 변변치 못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정성을 보냈다고 그 학교 교장 아펜젤라 씨는 겸손한 태도로 말하더라."
성탄절은 '배려와 나눔'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날이다. 100년 전 선조들도 성탄절이 되면 주변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다. '가장 낮은 데로 임한다'는 성탄의 의미답게 손을 펴서 나누어 가지는 행복을 만끽해 보자.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고 인내하며 견디고, 능력이 넘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주자. 화(禍)속에 복(福)이 숨어있는 법이니, 내년에는 즐거움과 기쁨이 더 많아지기를 성탄절에 기원해 본다.
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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