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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양종희·진옥동의 `같은 듯 다른`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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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금융부동산부 금융증권 팀장
[현장칼럼] 양종희·진옥동의 `같은 듯 다른` 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1961년생으로 동갑이다. 이 두 사람은 국내 리딩금융 1·2위를 다투고 있다. 동갑내기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으로 경제가 침체된 상황이라 위기를 헤쳐나갈 실력이 주목받는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두 회장이 방향타를 쥔 금융지주사는 매년 수백조원의 돈을 다룬다. 지폐로 쌓는다면 수백 개 방이 필요하다. 그만큼 큰돈이다. 막중한 임무와 책임이 두 회장의 어깨에 있다.



금융은 경제의 혈액이다. 피가 돌지 않으면 경제는 고꾸라진다. 돈줄이 꽉 막히면 흔히들 혈관이 좁아진 상황을 빗대 '돈맥경화'라는 말을 사용한다. 금융지주사는 국가의 기간산업과 기업, 서민들에 자금을 융통해왔다. 이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와 이자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그렇다보니 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공공재'로 거론되기도 한다.

양 회장과 진 회장의 이름이 거론될 때는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내부 통제가 필요한 경우다. 금융지주가 두 회장을 필두로 사업본부와 부서를 꾸리고, 각각의 계열사 임원들이 별도 사업을 추진한다. 이처럼 금융사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상명하복'의 피라미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돈을 다루는 기관이라서 이런 보수적인 체계가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두 회장 이름이 부쩍 자주 거론된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판매한 상품이 대규모 손실로 돌아오면서 진땀을 빼고 있다. 은행에서 수조원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다행히 홍콩H지수가 반등하면서 원금 상환 가능성이 생겼지만, 평생 모은 돈이 반토막 나 노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상황을 놓고보면 내부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두 사람은 칼집에 넣어둔 칼을 빼들었다. 다만 휘두른 각도와 타격지점은 달랐다. 진 회장이 중국의 태극권처럼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면, 양 회장은 금강권법처럼 힘있고 거세게 휘둘렀다.


ELS 사태 관련자들에게 칼이 겨눠졌다. 양사 공통적으로 겸직 체계는 사라졌다. 양 회장은 국민은행에서 자산관리그룹을 총괄했던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이사(CEO)의 실패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불안한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기초지수가 폭락했고, 눈덩이 피해로 이어졌다. 관련자들은 대부분 고문으로 물러났다.
사실 양 회장의 칼놀림은 수장에 오른 뒤부터 매서웠다. 작년 말 선임 당시 6곳 계열사 CEO가 옷을 벗었다. 임기 만료된 계열사 CEO 8명 중 6명이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KB증권(WM부문),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등이다. 윤종규 전 회장의 9년 장기 집권을 청산하면서 새로운 인사로 분위기가 쇄신됐다.

하지만 전 회장 시절 자산관리(WM) 임원이 대거 물러나면서 은행, 증권사 등 계열사의 WM 역량이 아직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 회장 역시 ELS 사태로 난처한 입장은 똑같다. 하지만 칼놀림은 부드럽게 연결됐다. 취임 초기 CEO 교체부터 칼의 성격이 달랐다. 진 회장은 지난 2022년 취임하면서 세대교체를 실시했고, 작년 말에는 9개 계열사 대표 전원을 연임시켰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어찌 보면 진 회장의 칼날은 훨씬 예리했다.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임원에게 기회를 준 대신, 향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챙겼기 때문이다. '얼마 안 돼 모른다'는 식의 핑계가 통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다만 두 회장은 당분간 칼을 칼집에 넣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태 수습을 위한 '사람'이 절실해서다. 이들이 전문가라면 더욱 내쳐선 안된다. 일단 휘두른 칼의 효과를 살펴보게 됐다. 금융권은 리스크 관리, 옥석가리기, 위기돌파 등이 우선인 좁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 싸움이다. 불안한 상황처럼 리딩금융 자리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전될 수 있다. 일단 1분기엔 진 회장이 리딩금융 자리를 꿰찼다고 볼 수 있다. ia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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