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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사진 속 이슈人] 30년 단독집권 ANC 실정에 실망한 남아공 국민들, 총선서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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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사진 속 이슈人] 30년 단독집권 ANC 실정에 실망한 남아공 국민들, 총선서 심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소웨토의 FNB 축구경기장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당(ANC) 선거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치러집니다. 이번 총선 최대 화두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단독집권 여부입니다. ANC는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정당으로, 지난 30년간 안정적인 지지로 집권해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빈곤, 실업, 부정부패로 인해 국민의 분노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 ANC가 단독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ANC는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66.4%(1999년), 69.7%(2004년), 65.9%(2009년), 62.2%(2014년) 등 줄곧 60%를 넘겨 정권을 지켜왔지요. 직전 2019년 총선에서는 57.5%를 득표해 의회의 전체 400석 가운데 230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작년부터 ANC의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시나브로 나오더니 올해 들어서는 줄곧 4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한 여론조사에서는 39%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40%에 못 미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4일 발표된 사회연구재단(SRF)의 여론조사에서도 60%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한 ANC의 지지율은 40.8%로 집계됐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23.7%를 기록했고 신생 정당인 '움콘토 위시즈웨'(MK)당(13.3%), 원내 제2야당인 급진 좌파 경제자유전사(EFF)(7.3%)가 뒤를 이었습니다.

유권자가 ANC에서 멀어진 가장 큰 원인은 '민생고'입니다. 집권 여당은 높은 실업률과 만연한 범죄, 부패,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실업과 빈곤은 가장 시급합니다. 2009년 1분기 23.5%이던 실업률은 올해 1분기 32.9%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15∼34세 청년 실업률은 45.5%에 달했습니다. 야권에선 이 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ANC를 흔들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B)은 국민 절반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는 남아공을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꼽습니다. 소수의 백인을 위해 흑인을 잔인하게 탄압한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흑인 빈곤층 수백만의 삶은 좋아지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유권자 10명 중 7명꼴로 ANC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1야당인 DA의 득표율이 20%대로 예상됨에 따라 ANC는 일단 다수당 자리를 지킬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대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연임을 위해 연정을 구성해야 합니다. 총선 이후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필요한 과반(201표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1994년 이후 ANC가 줄곧 과반 의석으로 집권한 까닭에 연정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ANC가 연정 상대로 누구를 선택할지는 미지수입니다. DA 등 주요 야당이 ANC와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연정이 구성될지도 불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ANC는 군소 정당들과 함께 연정을 구성해 과반 의석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DA를 비롯해 ANC를 제외한 야권만의 연정도 이론적으론 가능합니다. 이 경우 남아공에서 3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겠지만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70개 정당이 난립한 가운데 지방의회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는 약 6200만 남아공 인구 가운데 18세 이상 유권자 2767만여명이 등록을 마쳤습니다. 400석의 남아공 의회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전국구)와 지역구 투표로 절반씩 선출됩니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투표가 마무리되는 대로 개표를 시작해 수시로 중간 집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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