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의 지원 덕분에 SK바이오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2개 신약을 국내 최초로 보유하는 등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이 미국 판매를 시작했다.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다.
이는 국내 기업이 기술 수출 없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FDA의 승인을 받고 상업화 단계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국내 첫 사례다.
특히 엑스코프리는 2001년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임상 시험과 인허가 과정까지 총 18년에 걸친 SK의 투자와 의지가 만들어 낸 신약이다.
그야말로 최 회장의 뚝심이 묻어난 결과물인 것이다.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 FDA에 신약 판매 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로 건물 90층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에게 제약·바이오 사업은 유난히 애정이 가는 사업이다. 10명 남짓한 소규모 연구팀이 첫 걸음마를 뗄 때부터 27년 동안 직접 챙겨왔기 때문이다.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1990년대 들어서 유공의 정밀화학 사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정밀화학 사업의 가장 심화된 기술은 인체에 들어가는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제약·바이오 사업이다. 일본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유공 미국 연구소도 정밀화학 연구 부산물로 신약 물질을 연구 중이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93년 미국 연구진을 국내로 불러들여 유공의 대덕연구단지 인력과 합쳤다. 10명 남짓한 연구팀 이름은 '파머슈디컬(제약이라는 뜻)'의 첫 글자를 따 'P프로젝트'로 지었다. 그리고 P프로젝트는 SK그룹 제약·바이오 사업의 모태가 됐다.
미국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최 회장은 그로부터 27년간 P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그는 외환위기(IMF), 금융위기, 경영권 분쟁 등 대내외 악재에도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지켰다. SK㈜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신약 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사 직속으로 둬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1년에는 신약 개발 사업을 하는 SK바이오팜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2015년엔 원료의약품을 생산·판매하는 SK바이오텍을 떼어내 아일랜드·미국 등지 회사들을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최태원호 제약·바이오 사업은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하며 '딥체인지'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의 뜻에 따라 SK그룹의 사업 축은 '석화-통신-반도체' 3대 핵심 축에서 '제약·바이오-배터리-반도체-통신' 등으로 무게 중심을 빠르게 이동 중이다. 이 가운데 특히 바이오 사업은 반도체를 이을 중요한 미래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SK㈜의 기업가치도 크게 뛰었다. 내달 초 SK바이오팜 상장을 앞두고 SK㈜ 시가총액은 3개월 새 10조원 이상 늘어나며 2배가량 증가 했다.
최 회장의 뚝심 투자가 결실을 보기 시작하자, 시장에서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질환에 특화된 신약 개발 기업으로 총 8개 약물에 대한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FDA의 시판 허가를 받은 뇌전증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의 가치는 5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내년부터 유럽 시판이 이뤄질 경우 추정 가치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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