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세기 만에 한 해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역대 추경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1차 11조7000억원, 2차 12조2000억원에 이어 3차까지 한 해 60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편성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추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급속히 악화하는 재정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본예산 약 512조원 가운데 60조원 가량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키로 했다. 여기에 1~3차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무려 전체 추경 예산의 58.3%에 달하는 34조5000억원의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게다가 올해 '세수펑크'가 20조원 이상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약 12조원만 세수 부족분을 계산해 세입경정을 함에 따라 연말쯤 10조원 이상의 추가 적자국채 발행도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만 110조원 안팎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적자국채 34조30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연간 100조원이 넘는 적자국채 발행은 사상 처음이다.
나라 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국가 재정 악화가 심해지자, 최근 감사원도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정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제언했고, 정부도 하반기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3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3차 추경안을 확정하고 4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3차 추경안 35조3000억원은 적자국채 발행 23조8000억원, 세출구조조정 10조1000억원, 세입경정 11조4000억원을 통해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앞서 1차 추경 11조7000억원 가운데 10조3000억원, 2차 추경 12조2000억원 가운데 3조4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키로 확정했다. 국회가 정부안대로 3차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면 1~3차 추경으로 인한 총 적자국채 발행액은 3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재정 적자 비율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때보다 더 높아지게 됐다. 국가채무액과 채무비율도 사상 최고치다.
기획재정부의 3차 추경안에 따르면 국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 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무려 74조6000억원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지난해 1.9%에서 올해 5.8%로 올라간다. 1998년 4.7% 이후 22년 만에 최대치다.
대량 적자국채를 찍어내기로 함에 따라 올해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전년 728조8000억원 대비 111조4000억원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7.1%에서 43.5%로 6.4%포인트 치솟는다.
급속히 악화하는 국가재정도 문제이지만, 재정확대로 인한 경제 부가창출 효과, 즉 '재정 승수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인지가 의문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는 3차 추경안에서 국내 기업 투자 활성화에 직접 효과를 내는 예산을 고작 430억원 배정하는 데 그쳤다. 60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바탕으로 250조원 안팎의 코로나 대응 금융지원책을 마련했지만, 대부분 소비진작, 고용안정, 복지, 경기보완 등에 쓰인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1~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2조원에 달하는 국방 예산을 삭감, 국가안보마저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룡·김양혁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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