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금품살포 등 불법 로비 경쟁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지방경찰정 지능범죄수사대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3곳과 이 회사 직원들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로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총 334명으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대우건설 법인과 이 회사들의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조합원 등이 포함됐다.
현대는 전무 등 7명, 롯데는 부장 등 14명, 대우는 부장 1명이 각각 송치됐다. 이와함께 홍보대행업체 3곳의 대표와 직원 293명도 검찰에 넘겨졌다.
돈을 받은 조합원은 총 1400여명으로 조사됐지만 검찰은 이들 중 영향력이 크고 금품을 많이 받은 조합 대표와 대행업체 대표 등 19명만 송치했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적발한 건설사 중 한 곳은 조합원의 관광 투어에 직원들을 동행시키고 고급호텔에서 좌담회를 한다는 구실로 조합원들이 숙박할 수 있게 했다.
또 고가의 태블릿PC를 선물하고 "제안서가 제정돼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건넨 후 돌려받지 않기도 했다.
이 외 한우 갈비, 오리고기, 과일, 수건 등 선물을 조합원의 신발장에 몰래 두고 오거나 경비실에 맡기는 경우도 적발됐다.
특히 한 건설사는 직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과일을 살 때는 반드시 조합 대의원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하라'는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두 건설사로부터 모두 돈을 받은 조합원도 있었다. 한 조합원의 어머니는 '시공사로 투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한 쪽에서 2000만원, 다른 쪽에서 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은 형식상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대행업체였다. 외관상으로는 건설사가 직접 로비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홍보대행업체들이 건설사에게 일일이 로비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를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원들의 진술로 확인된 건설사의 로비금액은 현대건설이 1억1000만원, 롯데건설이 2억원, 대우건설이 2억3000만원이었다.
이 같은 로비활동 끝에 현대는 반포, 롯데는 잠실, 대우는 신반포의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지만 시공권 박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확인한 혐의는 반포·잠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 지난해 9~10월 벌어졌지만 금품을 건네서 계약을 따내면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도록 규정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도입된 것은 그보다 늦은 올해 6월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들이 유죄를 확정받더라도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지는 않는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연합뉴스>
도시정비법 위반 개요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11일 서울지방경찰정 지능범죄수사대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3곳과 이 회사 직원들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로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총 334명으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대우건설 법인과 이 회사들의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조합원 등이 포함됐다.
현대는 전무 등 7명, 롯데는 부장 등 14명, 대우는 부장 1명이 각각 송치됐다. 이와함께 홍보대행업체 3곳의 대표와 직원 293명도 검찰에 넘겨졌다.
돈을 받은 조합원은 총 1400여명으로 조사됐지만 검찰은 이들 중 영향력이 크고 금품을 많이 받은 조합 대표와 대행업체 대표 등 19명만 송치했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적발한 건설사 중 한 곳은 조합원의 관광 투어에 직원들을 동행시키고 고급호텔에서 좌담회를 한다는 구실로 조합원들이 숙박할 수 있게 했다.
또 고가의 태블릿PC를 선물하고 "제안서가 제정돼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건넨 후 돌려받지 않기도 했다.
이 외 한우 갈비, 오리고기, 과일, 수건 등 선물을 조합원의 신발장에 몰래 두고 오거나 경비실에 맡기는 경우도 적발됐다.
특히 한 건설사는 직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과일을 살 때는 반드시 조합 대의원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하라'는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두 건설사로부터 모두 돈을 받은 조합원도 있었다. 한 조합원의 어머니는 '시공사로 투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한 쪽에서 2000만원, 다른 쪽에서 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은 형식상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대행업체였다. 외관상으로는 건설사가 직접 로비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홍보대행업체들이 건설사에게 일일이 로비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를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원들의 진술로 확인된 건설사의 로비금액은 현대건설이 1억1000만원, 롯데건설이 2억원, 대우건설이 2억3000만원이었다.
이 같은 로비활동 끝에 현대는 반포, 롯데는 잠실, 대우는 신반포의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지만 시공권 박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확인한 혐의는 반포·잠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 지난해 9~10월 벌어졌지만 금품을 건네서 계약을 따내면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도록 규정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도입된 것은 그보다 늦은 올해 6월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들이 유죄를 확정받더라도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지는 않는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