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대형항공사(FSC)의 국내 노선을 장악하면서, 새로운 독점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애초 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내세웠던 '가격'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어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8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선을 이용한 여객수(출발 기준)는 1095만286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김포~제주 노선은 573만4162명으로, 52.3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선 이용객 10명 중 5명이 이 노선을 이용한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는 이날 기준 해당 노선의 정상운임을 8만8200원, 9만2200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노선을 판매하는 이스타항공의 정상운임은 6만55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이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가 모두 6만5600원으로 동일했고, 에어부산이 6만9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LCC 업계의 최고가는 대형항공사 정상운임의 80%에 육박하게 책정됐다.
이는 올 들어 LCC가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선을 운항하지 않는 에어서울을 제외한 LCC 5개사는 모두 올해 초 5%~11% 운임을 올렸다. 이에 소비자단체에서는 '담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 LCC의 가격 인상은 FSC가 국내선을 감축하는 추세라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항공공항공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LCC 출범 초기였던 2007년 각각 24개, 28개 국내선을 운항했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19개, 12개 노선으로 운항 노선을 줄였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FSC가 노선 감축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LCC 업계는 항공권을 기본운임으로 구매하지 않고 대부분 할인 항공권을 구매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 업계한 관계자는 "신규 업체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 현재 구축된 LCC 업계가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