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호중 `의심 있지만 음주운전 안했다` 인정될 수도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혈중농도 0.03% 이상 돼야 처벌…뒤늦은 측정에 수치 확인 어려워
김호중 `의심 있지만 음주운전 안했다` 인정될 수도
가수 김호중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을 수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혐의 입증의 결정적 증거인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사고 17시간 뒤에야 이뤄진 탓에 일각에서는 2017년 방송인 이창명씨 사건과 같이 기소되더라도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찰은 우선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받았다. 국과수는 '사고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이 지난 것으로 비춰 음주 판단 기준 이상 음주대사체(신체가 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가 검출돼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가 사고 이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17시간이 지나 경찰에 나와 음주 측정을 받았고, 사고 전에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경찰은 또 김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매니저에게 직접 요청한 녹취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사고를 내기 전 유흥주점을 찾기에 앞서 음식점에서 식사한 것으로도 전해졌는데, 이 자리에서 일행은 주류를 곁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김씨가 일행과 함께 술을 마셨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강남경찰서가 18일 새벽 김씨가 사고를 내기 전 머무른 강남구 청담동 유흥주점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들이 혐의 입증의 증거가 될 수 있느냐는 게 관건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통상 음주 후 8∼12시간이 지나면 날숨을 통한 음주 측정으로는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경찰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추산할 최초 농도 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시간 행적을 감춘 운전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알코올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대사체를 모발과 소변에서 검출해 분석하는 방법 역시 음주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혈중알코올농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경찰이 녹취 파일 등 여러 음주 정황을 확보한다고 해도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확정 짓기는 어렵기 때문에 음주운전 혐의가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만약 기소된다고 해도 형사재판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씨의 사건을 보고 방송인 이창명(55)씨의 교통사고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씨는 2017년 4월 교통사고를 낸 지 9시간여 만에 경찰에 출석해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 혈중알코올농도가 0.05%에서 0.03%로 변경(2019년 6월)되기 전으로,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은 김씨처럼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초범이거나 인명 피해가 없으면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친다. 음주운전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경찰 관계자는 "이창명 씨 사건 이후 전 국민이 대법원 판례까지 알게 되다 보니 경찰 입장에서는 더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외에는 경찰이 할 몫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음주운전의 처벌 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지지만 사고 후 미조치는 도로교통법이 만들어진 뒤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며 "음주 의심 사고를 낸 뒤 도주한 이들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이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례 등을 염두에 둔 듯 김씨 측은 "술잔에 입을 대긴 했지만 술을 마사진 않았다"며 음주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까지 선임했다. 김씨는 전날 열린 콘서트에서도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