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중국 등 수입산 태양제품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고 판정을 내리면서 이번 건과 관련해 미국의 진짜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약 230명을 고용한 군소업체의 손을 들어줬다가 자칫 26만명에 달하는 태양광산업 종사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향후 2~3년 간 수급차질을 겪을 수 있어 미국이 보호무역 규제로 누릴 실익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ITC에 산업피해 조사를 요청한 수니바는 태양전지·모듈 생산능력 350MW(메가와트), 고용인원은 230명 규모의 중소 제조사다. 수니바의 최대주주는 중국기업 SFCE로, 지분율이 63.1%에 달한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수니바의 조사 의뢰가 타당한 지에 대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파산신청을 낸 수니바는 수입 태양광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 무역규제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경쟁업체들의 '후려치기'로 경영난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수입규제 강화를 촉구한 것이다.
수니바의 이런 주장에 국내를 비롯한 미국 태양광업계는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업종 대표단체인 미국태양광협회(SEIA)조차 수니바에 등을 돌릴 만큼 업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SEIA는 설치와 시공 등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산업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무역규제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태양광 시공·유통종사자는 26만~30만명으로, 이 중 태양광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관련 일자리가 8만개 이상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무역규제로 인해 자칫하다간 미국 태양광 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연간 태양광 설치량은 12GW(기가와트)로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하지만 미국 내 태양광모듈 생산능력은 1.5~2GW에 불과해 자국 기업들이 공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통상 1GW 규모의 태양광모듈 공장을 짓는 데 적어도 2~3년이 걸린다. 이는 부지 선정과 시설 자금확보, 설비구입과 공장건설, 생산 안정화 작업 등만 가정했을 때다. 신규 업체는 거래선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차원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니바 파산이 미국 태양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오히려 모듈 가격 상승으로 태양광발전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화석에너지 부문에 대한 간접 지원을 위해 태양광 발전업계 압박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