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풍선 / 옥상 정원
기시다 구니오 지음·임세륜 옮김 / 지만지드라마 펴냄
기시다 구니오 지음·임세륜 옮김 / 지만지드라마 펴냄
![[논설실의 서가] 마침내 첫 소개된 `기시다 구니오`의 희곡](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2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마침내 첫 소개된 `기시다 구니오`의 희곡")
일본 근대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시다 구니오(岸田國士, 1890∼1954)의 대표작 두 편이 국내에 첫 소개됐다. 1925년과 1926년에 각각 발표된 '종이풍선'과 '옥상 정원'이다. 두 작품은 가부키와 신파가 주를 이루던 1920년대 일본 연극계에 신기원을 열었던 희곡이다. 처음으로 인간 심리와 생활을 다룬 희곡들로, 일본 근대 연극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종이풍선'은 결혼 1년차를 맞은 한 부부의 일요일 오후 풍경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시껄렁한 일상 대화로 이루어져 발표 당시 경박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줄거리다운 줄거리가 없는 일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무대로 올려놓고 경쾌한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변화를 묘사했다. 후대 일본 연극인들은 이런 연극을 '스케치극'이라 불렀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식으로 일본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옥상 정원'은 성공한 사업가와 실패한 예술가인 두 친구와 그 부인들이 고급 백화점 옥상 정원에서 만나 나누는 대화가 주요 내용이다. 이 작품은 대낮 번화가에서 실업자가 된 청년이 아버지와 형을 원망하며 9층 옥상에서 뛰어내린 실제 사건이 모티프로 작용했다. 당시 일본 사회상을 반영한 허례허식, 허영과 질투, 욕심, 자격지심이 낱낱이 드러난다.
기시다 구니오는 권선징악을 주요 주제로 삼은 기존의 전통극을 탈피해 일본식 희곡 작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제친 극작가였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희곡상에 '기시다 구니오'의 이름을 쓰게 된 이유다. 그의 이름을 딴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은 연극계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일본뿐 아니라 일본 연극이나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매해 주목하는 상이다.
시바 유키오, 히라타 오리자, 유미리, 정의신 등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수상 작가와 작품들은 이미 국내에도 소개되어 활발히 출판·공연 중이다. 하지만 기시다 구니오의 작품 소개는 전무했다. 이번 출간으로 기시다 구니오와 대표작들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됐다.
작품들은 100년 전 희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고, 재미 또한 있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는 지금 나와 내 이웃, 친구의 이야기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작품이 첫 선을 보인 100년 전과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했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과 일상생활은 지금도 별로 없다는 점에 독자들은 새삼 놀랄 것이다. 또한 수많은 일본 예술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기시다 구니오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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