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개인이 의료, 금융 등 각 분야에 흩어진 자신의 정보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 사이트에 가입할 때 형식적으로 체크해왔던 '개인정보 수집 필수동의란'은 없어진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공포, 9월 15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개보법은 2년여의 협의 과정을 거쳐 마련한 정부안 중심으로 20개 의원안을 통합, 2011년 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인 전면 개정됐다.
◇동의 의존 줄이고 전송요구권 도입= 정보주체의 실질적인 선택권 없이 이뤄지는 형식적인 필수동의가 만연함에 따라, 이번 개정에서는 '동의'에 의존했던 개인정보 처리 관행이 개선된다. 서비스 이용에 필수적인 개인정보는 사업자가 동의 없이도 수집하되 입증책임 등을 지고 관리하고, 선택동의 위주로 동의절차가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이용자 선택권 보장을 꾀한다. 대신 개인정보위가 기업·기관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평가한다.
또한, 기존 '동의' 외에도 계약·인증·적정성결정 등으로 개인정보 국외이전 요건을 다양화함으로써 글로벌 규범과의 상호운용성도 확보했다. 다만 해당 국가가 개인정보를 적정하게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국외이전 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아울러,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기관에 그 정보를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일반법적 근거를 신설했다. 그간 금융·공공 등 일부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했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보주체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바탕으로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기업도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징금 상한은 전체 매출 3%, 드론·AI 관련 제도도 정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상한액은 전체 매출액의 3% 이하로 상향 조정됐고, 산정 시 위반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액은 제외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개인정보위에서 위반 관련 매출에 해당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했지만 개정법에서는 조사 대상 기업·기관에서 이를 입증해야 한다. 조사에 비협조적일 경우에는 전체 매출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새로운 IT기술에 대비한 제도 정비도 이뤄졌다. 자율주행차나 드론 등에 탑재되는 이동형 영상정보 처리기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번에 업무 목적으로 운영할 경우 촬영사실을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하는 등 운영 기준을 마련했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자동화된 결정이 채용 면접, 복지수급자 선정 등과 같이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에 대해 거부하거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신설했다.고학수 개인정보보보호위원장은 "국민은 언제든 자신의 개인정보를 실질적으로 통제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기업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앞으로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로드맵' 마련 등을 통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국민이 신뢰하고 체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비전과 정책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7일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이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정보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