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20년)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총 130여 건에 달했다. 또 경찰청이 최근 5년 간 적발한 기술유출 범죄는 총 658건에 이르고, 검거한 인원만 1700명을 넘어서는 등 범죄 발생 빈도와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술유출 사건의 기소율은 20.5%로, 일반 형사사건(40%)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무죄율도 기술유출의 경우 19.4%로, 일반 형사(0.8%)보다 20배 이상 높아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설령 유죄로 인정됐다 하더라도 형량이 법정형(최대 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최대 6년에 불과해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도 낮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유출 등 지식재산 범죄 관련 유죄판결에 영향을 주는 양형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조용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최근 특허청이 주최한 '기술유출범죄와 양형기준 학술 세미나'에서 "기술유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법정형 강화도 필요하지만, 실제 형사처벌에 있어 유죄판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양형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범죄(영업비밀침해)에 대한 양형기준을 2012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2016년 6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사항을 반영해 이듬해인 2017년 5월부터 개정된 양형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지식재산 범죄 중 양형기준이 적용된 전체 199건 중 영업비밀 침해 유형은 27건 그쳤고, 이 가운데 실형 선고는 22.2%, 집행유예 선고(77.8%)에 비해 3배 가량 낮아 처벌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지식재산 범죄의 경우 낮은 기소율과 높은 무죄율 등으로 소위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기술유출을 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더 많은 기술유출 범죄를 낳게 될 소지가 있다"며 "법정형 상향조정이 이미 이뤄진 만큼 양형기준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관심 유도와 피해규모 입증과 산정을 위한 법, 제도적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형사처벌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이 이뤄졌음에도, 입증책임 완화와 손해액 산정, 양형기준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현재의 시스템의 기술유출 범죄를 근절하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윤 연구위원은 이어 "영업비밀과 산업기술 유출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술안보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낮은 기소율과 높은 무죄율, 벌금형 선고 및 집행유예선고 등 우리나라가 지닌 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개선 움직임이 발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용래 특허청장은 "기술유출행위는 국가의 경제와 안보는 물론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며 "기술유출을 중대범죄로 인식해 1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하는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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