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차세대 산업으로 분류되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중국·일본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LG화학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기는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100만마일(160만㎞) 배터리'를 개발하고, 해외 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바짝 뒤쫓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 역시 완성차 업체들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반격을 꾀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 사업부를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에 1조3000억원에 넘기며 LCD 사업을 정리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 측은 "첨단소재사업본부에 '산업소재사업부'를 두고 전지 4대 원재료인 양극재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안정적인 공급 확보를 위해 내재화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점유율 1위 오른 LG화학…바짝 추격하는 中·日= 현재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 한국·중국·일본 기업들이다. 이중 국내 기업인 LG화학이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5월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LG화학은 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점유율 27.1%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실제 유럽 전기차 배터리의 70%는 LG화학이 공급할 정도로 완성차업체의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업체 GM과도 손잡고 합작법인을 만들고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어 현지 점유율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LG화학을 뒤쫓는 중국업체들의 기세도 거세다. 지난해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중국 CATL은 최근 '100만마일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혀 배터리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일반적으로 8년에 24만km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성능이라는 설명이다. CATL은 미국 자동차업체 테슬라·GM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 궈쉬안은 독일 폭스바겐이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에 지분 26.5%를 인수하기로 했다. '배터리 강자'로 분류되는 일본 파나소닉 역시 도요타, 테슬라 등 완성차업체들과의 동맹을 다지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삼성SDI·SK이노도 자동차 업체 물색·투자 확대= SNE리서치 기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4위와 7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도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충남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 사업장에서 만나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존 배터리보다 높은 성능을 보이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총수들이 만나 머리를 맞댄 만큼 향후 대규모 투자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 배터리 사업에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 건설이 완료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우리나라 충남 서산, 중국 창저우, 유럽 헝가리, 미국 조지아주 등에 생산거점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거점에서 오는 2025년까지 생산량 100GWh(기가와트시) 규모를 갖춘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향방은 LG화학과의 소송전 결과에 달려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ITC는 오는 10월 중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확정할 경우 회사가 미국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최종 결과가 나오는 10월 전까지 LG화학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LG화학이 최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 모델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