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 음식점을 상대로 '최저가 보장제'를 요구하는 '갑질'을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음식점들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가격 결정권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번 제재에 따라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과의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2일 DH에 거래상 지위 남용(경영간섭)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요기요는 2013년 6월부터 음식점을 상대로 최저가 보장제를 실시했다. 이후 음식점이 직접 전화나 경쟁 앱 등 다른 경로로 주문을 받을 때, 더 저렴하게 파는 것을 금지했다. 최저가 보장제는 요기요에서 주문한 가격이 경쟁 앱 등 등을 통해 주문한 가격보다 비쌀 경우 그 차액을 쿠폰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특히 요기요는 'SI(Sales Improvement)팀'을 동원해 음식점들의 최저가 보장제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직원들로부터 위반 사례 제보도 받았다. 직원이 일반 소비자로 가장해 음식점에 가격을 문의하는 '미스터리 콜'(mystery call) 방법도 사용했다.
요기요는 자체 모니터링(55곳), 소비자 신고(87곳), 경쟁 음식점 신고(2곳) 등을 통해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최저가 보장제를 위반한 음식점을 144곳을 색출해냈다. 위반 음식점에는 △요기요 주문 가격 인하 △타 배달 앱 가격 인상 △배달료 변경 등을 요구했다. 이에 따르지 않은 음식점 43곳과는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요기요가 거래상 우위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비자는 배달 앱 가운데 하나만 콕 집어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음식점은 음식을 팔기 위해 여러 배달 앱을 이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음식점은 요기요를 통해 거래하지 않는 만큼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지난 2018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들의 요기요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약 14.7%에 달한다. 조홍선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음식점은) 배달 앱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을 포기할 경우 다른 대책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DH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소장은 "기업결합과는 별개"라며 "기업결합 심사는 시장 지배력과 공동행위 가능성 여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고, 이번 사건은 거래상 지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한편 DH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 조사 시작 후 최저가 보장제를 즉시 중단하고, 이후 3년간 공정위 조사와 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입장을 소명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추후 진행 절차는 의결서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확인한 뒤, 신중하고 면밀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공정거래위원회는 등록업체에 앱으로 주문을 받을 때 최저가를 적용하도록 압박한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로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키로 2일 결정했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요기요 등록 음식점 앞에 배달 오토바이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