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비대화 우려로 공공기관이 재량껏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정원 조정제'를 조기 폐지한 지 두 달 여만에 '코로나19 고용쇼크'에 대응하겠다며 '공공 일자리 156만개 창출'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고용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룡' 공공기관·공기업…정원 40만명 돌파=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정원은 2018년 38만3022명에서 작년 말 기준 41만594명으로 늘어나며 사상 첫 40만명 시대를 열었다. 이는 지난 2015~2017년 한해 평균 정원 약 3만2000명을 2018년부터 배 수준인 6만4460명으로 늘린 결과다.
비정규직까지 더할 경우 규모는 더 비대해진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차별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5년 4만3769명이었던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작년 2만5629명까지 줄어 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만큼 정규직 전환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공공기관 인원 증가와 직결된다.
특히 정부가 2년 전 도입했던 공공기관 자율정원 조정제도는 단기간 내 공공기관 비대화를 부추겼다. 이는 공공기관이 주무부처와 협의만 하면 기획재정부 승인 없이 결과 통보만으로 4급 이하 실무 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8년 정부가 청년일자리대책을 발표하면서 3년간 한시로 도입했다.
◇너무 비대해져 '화들짝'…자율정원조정제 '폐지'= 올해 3월 31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자율 정원 조정제도를 폐지했다. 공공기관 몸집이 생각보다 너무 커진 탓이다. 이는 곧 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경영실적 악화에도 정부의 '일자리 확대'를 명분 삼아 계속 몸집을 불렸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작년 525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1조4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부채와 일자리를 바꾼 셈이다.
◇코로나19에 또 몸집 키운다…공공 일자리 대량 공급= 공공기관 비대화를 우려했던 정부가 되레 공공기관 몸집을 다시 키워주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직격탄을 맞은 고용 쇼크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156만개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현재까지 156만개 중 디지털 데이터 구축과 생활방역 등 55만개 일자리에 대한 세부내용은 확정됐다. 디지털경제 관련 데이터 및 콘텐츠 구축 6만4000명과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행정서비스 3만6000명 등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수요를 기초로 생활방역 7만8000명과 재해예방 60000명 등 10대 분야에 걸친 취약계층 공공일자리 30만개 등이다. 또 콘텐츠 기획, 빅데이터 활용 등 분야의 청년 디지털일자리 5만개와 관광·ICT 융합 인턴십, 중소환경기업 등 분야의 청년 일경험 일자리 5만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최대 6개월간 5만명에 대해 채용보조금도 지원한다.
시험 연기 등으로 저조했던 공무원·공공기관 채용 절차도 이어진다. 올 들어 4월까지 1만9000명 채용에 그쳤지만, 5월부터 이른 시일 내 4만8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 중 공공기관 신규 채용만 2만5000명에 달한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