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파법 체계를 개편하고 할당·지정·사용승인으로 구분된 현행 이용체계를 '주파수 면허제'로 단일화한다.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로 구분됐던 전파이용대가 체계도 '주파수 면허료'로 일원화한다.
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와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전파이용제도 혁신을 위한 전파법 개정방안'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현행 전파법은 공급자 중심의 관리 방식과 복잡하고 중복적인 규제로 원활한 전파이용과 제공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초연결 융합 시대, 이용자 친화적으로 개정"=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지훈 법제연구원 전략기획실장은 "개인 통신과 방송뿐 아니라 도시교통, 제조산업, 재난 안전 등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전파활용이 보편화되고 있다"면서 "초연결 융합 생태계에 부응하는 전파이용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파법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에 사업목적과 주체에 따라 할당·지정·사용승인 등이 개별적으로 적용됐던 주파수 이용 체계를 면허제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파이용자가 주파수 면허를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면허 부여 여부를 결정하고 면허 유형은 △일반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등 사업 △국가·지자체 △연구개발, 시험 등 임시면허로 구분된다. 면허취득자는 무선국 개설을 위한 별도의 허가와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선국을 개설 할 수 있다. 정부는 면허 부여 시 전파자원의 독과점 방지와 적정 수준의 경쟁 촉진, 혼·간섭 방지 등 효율적 주파수 이용을 위해 조건을 부과하고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면허 유효기간은 주파수 이용 여건 등을 고려해 10년 범위에서 설정하고 다만 통신 면허는 최장 20년으로 설정한다.
전파이용 대가 체계인 주파수 면허료는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가 중복 부과되는 논란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파수 용도와 대역폭 등 주파수 가치와 전파관리에 드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파수 면허료가 부과되며, 주파수 가치(매출액, 기회비용, 시장가격 등)는 경매를 통하거나 정부가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파관리 비용도 정부가 산정하게 된다. 국가·지자체 주파수 면허나 응급의료 통신망 등 공공복리 증진 목적의 경우 주파수 면혀로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할 방침이다.
또 주파수 면허제 도입에 따라 무선국 허가·검사에 대한 관리제도도 개편한다. 주파수 면허를 받은 자는 별도의 무선국 개설 사전허가와 신고 절차 없이 무선국을 개설 가능하다. 무선국 검사제도도 준공검사 대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개선돼 무선국 설치 공사 후 스스로 준공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자기적합확인 제도가 도입된다. 이는 무선국을 다량으로 설치하고 안정적인 망 운용 능력을 갖춘 통신 주파수 면허에 우선 적용한다.
◇"더욱 과감한 규제 완화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전파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피력했다.
이상미 한국통신학회 부회장은 자기적합확인제도에 대해 "이번 전파법 개정안의 핵심인 주파수 면허료의 통합은 이용자 친화적 방향인데, 주파수 면허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면허발급에 따른 후속 조치 정비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파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발표된 대로 주파수 면허는 기존의 허가 신고절차는 물론 일체의 절차 없이 무선국을 개선할 수 있어야만 진짜 면허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제적인 규제 완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무선국 허가 관리 제도 개선을 위해 준공검사를 줄이고 수시검사를 강화하는 것은 조삼모사 적인 행태인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사후규제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필 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현행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에는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하는데, 이는 주파수 가치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재할당 주파수는 신규주파수와 목적, 가치가 상이하므로 주파수면허 갱신에서 대가 산정 방식이 현재의 방식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실장은 "무선 개설국 수시검사에도 검사 관점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상파를 대표하는 방송협회는 주파수 면허 제도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 부처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방송사는 방송채널 재허가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방통위에 심사를 받고 있지만, 주파수 활용을 위해서는 과기정통부에 심사를 받게 될시 경우, 규제가 추가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지기자 kej@dt.co.kr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와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I)가 개최한 전파법 개정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