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차이나] 홍콩시위 놓고 中은 한숨, 美는 웃음](http://contents.dt.co.kr/images/201906/2019062702102369061002[1].jpg "[박영서의 니하오차이나] 홍콩시위 놓고 中은 한숨, 美는 웃음")
처음에는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도, 베이징 정부도 외국 적대세력의 음모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선동으로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경찰의 무력진압에 비폭력을 고수하면서 과감한 저항을 보인 모습이 국제여론을 완전히 홍콩 편에 서게했다. 베이징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있는 캐리 람의 명령을 받아 무저항 시민들에게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는 홍콩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이것은 중국의 내정 문제가 아닌 심각한 인권 문제임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었다. 홍콩 시민의 목소리에 국제사회가 호응했고 이에 고무돼 갈수록 더 많은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전례없는 홍콩 시위에 가장 전전긍긍하는 측은 홍콩 정부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쫓기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정권이다. 우선 이번 홍콩 시위는 홍콩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시진핑 정권은 딜레마에 처해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을 사임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캐리 람이 사임하면 행정장관 보궐 선거를 치러야한다. 그러면 지난 2014년 일단 좌절됐던 '직선제' 요구가 불붙을 수 있다. 홍콩 행정장관을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기 위한 시민운동, 즉 2014년의 '우산 혁명' 때와 지금의 정세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미국은 대중 강경자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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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홍콩에서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운동이 일어나고, 이것을 중국이 억압하려고 하면 문제는 커진다. 당장 그 움직임은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로 번진다. 중국은 이번 대만 총통선거에서 어떻게든 독립지향적인 민진당을 꺾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홍콩 시위를 중국이 탄압한다면 대만인들의 반발이 커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이 머리를 감싸고 있는 반면 미국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 포위망을 조이는 와중에 홍콩 문제가 터져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중요한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이번 홍콩 사태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룰 것이 분명하다. 이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운을 떼었다.
시진핑 정권에게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캐리 람을 지키는 동시에 홍콩 시위를 가능한 빨리 종결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홍콩 시위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홍콩 재야연합단체인 민권인권전선은 정부가 5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반환 22주년을 맞는 7월 1일에는 300만명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된 것이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만약 이 문제가 중국 본토까지 크게 뒤흔들게되면 시진핑 정권에는 치명상이다. 중국 민주화 세력이 서구식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할 경우 자칫하면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한숨을 쉬고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웃음 소리는 태평양 건너 들려온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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