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인사 관련 첫 사례
가결 정족수 147표에 2표 부족
국민의당 절반 가량 반대한 듯
향후 정기국회 대결구도 불가피
청와대 "국회 무책임 극치" 비판
가결 정족수 147표에 2표 부족
국민의당 절반 가량 반대한 듯
향후 정기국회 대결구도 불가피
청와대 "국회 무책임 극치" 비판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표결에서 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도 인사 임명동의안 부결은 최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임명 반대로 돌아서면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만큼 앞으로 여야 대치 정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1일 제354회 정기국회 5차 본회의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했다. 정 의장은 "헌재 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임명동의안 처리를 더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본회의에는 총 293명의 의원이 출석했으며, 표결결과 가결 145표, 부결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 등으로 가결 정족수인 147표에 2표가 모자란 탓에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최종 부결됐다.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10일 만이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해왔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의원총회를 열고 개인 판단에 따라 '자율투표'를 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리했다. 한국당 소속 의원 107명 중 102명이 출석하고,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이 표결에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당의 절반가량이 김 후보자 반대에 표를 던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민주당은 국무위원인 5명 의원까지 전원 표결에 참여했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부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를 확인했다.
부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국민의당의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논평을 내고 "김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은 헌재의 엄정한 독립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라며 "사법부의 코드인사를 걱정하는 국민의 우려에 국민의당도 귀를 기울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은 오직 김 후보자가 헌법수호기관장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만을 독립적으로 판단해 표결에 참여했다"면서 "청와대는 6년 임기를 시작하는 새 헌재재판관을 지명하고, 인사의 정도를 지키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유로는 김 후보자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문제 제기가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헌재 재판관으로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에 위헌 의견을 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됐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은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 대다수 의원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요구하는 문자폭탄을 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로 야당 공조 분위기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남은 정기국회에서도 여야 협치보다 대결 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정기국회에서 증세법안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 등을 처리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는 명백히 국정의 공백을 메우려는 인사에 대해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반대표를 던진 야당을 강하게 규탄한 뒤 "나라의 미래를 위해 몹시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청와대 역시 야당이 정리정략적 표결을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다른 안건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연계하려는 정략적 시도는 계속됐지만, 김 후보자를 부결시킬만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결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날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윤 수석은 "특히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헌재 소장 공백이 계속되는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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