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남들이 이야기하는 뇌수술만 하는 사람이다. 전공의 시절 뇌혈관 조영술 촬영기가 없었고, 처음으로 MRI가 들어왔었다. 물론 CT는 있었으나 한번 찍을 때 한 20분쯤 걸렸던 것 같다. 불과 20년도 채 안되었는데 지금의 뇌 CT는 1분도 안되어 촬영이 가능하고, 뇌혈관 촬영기는 3차원 영상까지 보여주며, MRI는 신경섬유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뇌혈류와 뇌의 기능까지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PET CT는 암세포가 전신에 어디 있는지 한번에 보여 주기도 한다.
이렇듯 간접적으로 사람의 몸 속을 들여다보는 진단 기술은 날로 발전을 거듭해져 병을 진단하는데 한층 더 정확해졌다. 병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진단이 없는 치료는 있을 수가 없다. 옛날 CT가 없는 시절에는 의식이 없는 환자가 오면 뇌출혈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 두개골에 천공을 하여 안을 확인해 보았다고 한다. 참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당시에는 최선의 진단방법 이었다.
그러나 최근 방사선 영상에만 진단을 의존하다 보니, 옛날 의사들이 환자를 직접 청진하고, 만지고, 누르고 하면서 진단명을 추정하였던 그런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학생시절 한 교수님이 의사는 평생 시험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환자가 바로 시험문제고 의사는 틀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의사에게 환자는 단순히 시험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정답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답을 찾는 진단 과정에서 발생되는 의사와 환자의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진단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정도를 얻게 된다. 최신 검사법이나 영상으로도 환자의 이야기만큼 중요한 정보는 없다. 그러나 의료현실은 환자의 이야기를 다들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다른 환자들 때문에 의사가 보통은 약 15초 후에 이야기를 끊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머리가 아픈 환자가 내게 왔을 때 두통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갑자기 혹은 서서히 생겼는지. 머리의 어느 부분이 아픈지, 한번 아프면 얼마나 지속되는지, 맥박이 뛰듯이 아픈지 띵하게 아픈지, 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는지, 메스꺼움이 동반되는지, 무엇을 하면 악화가 되는지, 등등 수많은 것을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100가지도 넘는 두통의 원인에 대해 어떠한 검사를 하지 혹은 약물치료만 할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병력 청취를 하는 중에도 의사는 셜록 홈즈 정도의 관찰을 해야 한다. 한눈에 환자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런 능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수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면 좋은 면을 더 많이 봐야 인간관계가 좋아진다는데, 의사는 이상한 점, 비정상적인 점을 놓치지 않고 봐야 하니 일반적인 대인관계와는 좀더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것이 그냥 보이는 것은 아니고 의학공부를 하면서 아는 지식에 의해 보이는 것이다. 즉,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지식으로 봐야 한다. 아는 자만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가 되면서 의료 장비가 더 좋아지고, 시설과 시스템이 좋아져 환자들에게 더욱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나빠진 것도 많다. 예를 들면, 전자 차트(EMR)를 시행하면서 의사는 진료내용을 컴퓨터에 입력시키기 바빠서 환자의 얼굴보다는 모니터를 더 많이 보게 되고, 신체 진찰보다는 방사선 촬영 등으로 정보를 얻으려 하여 환자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진료를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디지털시대의 자연스런 변화일 수 있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앞으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최첨단 장치가 개발이 되면 피검사 한가지로 혹은 사진 한 장으로 모든 병을 진단할 때가 올 것이다. 로봇이 수술 할 수도 있고, 의사는 그냥 들러리를 서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체온과 눈빛을 환자에게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에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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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간접적으로 사람의 몸 속을 들여다보는 진단 기술은 날로 발전을 거듭해져 병을 진단하는데 한층 더 정확해졌다. 병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진단이 없는 치료는 있을 수가 없다. 옛날 CT가 없는 시절에는 의식이 없는 환자가 오면 뇌출혈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 두개골에 천공을 하여 안을 확인해 보았다고 한다. 참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당시에는 최선의 진단방법 이었다.
그러나 최근 방사선 영상에만 진단을 의존하다 보니, 옛날 의사들이 환자를 직접 청진하고, 만지고, 누르고 하면서 진단명을 추정하였던 그런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학생시절 한 교수님이 의사는 평생 시험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환자가 바로 시험문제고 의사는 틀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의사에게 환자는 단순히 시험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정답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답을 찾는 진단 과정에서 발생되는 의사와 환자의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진단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정도를 얻게 된다. 최신 검사법이나 영상으로도 환자의 이야기만큼 중요한 정보는 없다. 그러나 의료현실은 환자의 이야기를 다들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다른 환자들 때문에 의사가 보통은 약 15초 후에 이야기를 끊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머리가 아픈 환자가 내게 왔을 때 두통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갑자기 혹은 서서히 생겼는지. 머리의 어느 부분이 아픈지, 한번 아프면 얼마나 지속되는지, 맥박이 뛰듯이 아픈지 띵하게 아픈지, 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는지, 메스꺼움이 동반되는지, 무엇을 하면 악화가 되는지, 등등 수많은 것을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100가지도 넘는 두통의 원인에 대해 어떠한 검사를 하지 혹은 약물치료만 할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병력 청취를 하는 중에도 의사는 셜록 홈즈 정도의 관찰을 해야 한다. 한눈에 환자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런 능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수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면 좋은 면을 더 많이 봐야 인간관계가 좋아진다는데, 의사는 이상한 점, 비정상적인 점을 놓치지 않고 봐야 하니 일반적인 대인관계와는 좀더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것이 그냥 보이는 것은 아니고 의학공부를 하면서 아는 지식에 의해 보이는 것이다. 즉,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지식으로 봐야 한다. 아는 자만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가 되면서 의료 장비가 더 좋아지고, 시설과 시스템이 좋아져 환자들에게 더욱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나빠진 것도 많다. 예를 들면, 전자 차트(EMR)를 시행하면서 의사는 진료내용을 컴퓨터에 입력시키기 바빠서 환자의 얼굴보다는 모니터를 더 많이 보게 되고, 신체 진찰보다는 방사선 촬영 등으로 정보를 얻으려 하여 환자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진료를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디지털시대의 자연스런 변화일 수 있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앞으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최첨단 장치가 개발이 되면 피검사 한가지로 혹은 사진 한 장으로 모든 병을 진단할 때가 올 것이다. 로봇이 수술 할 수도 있고, 의사는 그냥 들러리를 서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체온과 눈빛을 환자에게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에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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