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 IT정보화부 부장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이문열의 소설이 있다. 한 초등학교 교실을 무대로 조직과 권력의 방정식을 아이들의 눈을 빌어 잘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이 아이들에게 무한 권력을 행사하던 반장에게 대항하다가 결국 굴복하는 과정, 반장의 몰락에 따른 아이들의 변화 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반장 엄석대'라는 기형적인 권력이 태어난 것은 담임선생님이 교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편의를 위해 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반장을 비롯한 아이들 모두, 잘못된 제도와 교육의 희생자였다.
최근 IT서비스 업체와 소프트웨어(SW) 업체간 갈등 역시 이 소설과 여러 가지로 닮은 데가 있다.
다양한 정보화 사업에서 그동안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반장 역할을 맡아왔다. 발주자는 대부분의 일을 IT서비스 업체에 일임하고 나중에 검사만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IT서비스 업체의 반장 역할은 권력화 되고 중소 SW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소설 속의 반장처럼 IT서비스 업체들이 중소SW 업체들에게 숙제를 대신 맡기기도 하고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구축전략은 이처럼 왜곡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나 관행은 그대로 둔 채 각 반의 반장들만 그만두게 한다고 갑자기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지는 의문이다.
우선 선생님의 역할을 해야 할 발주자 측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대형 IT서비스 사업자가 해 왔던 통합관리 기능을 수행하려면 사업의 내용은 물론 시스템의 특성까지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흡한 처우와 자원의 한계 등으로 이같은 전문 인력은 공공부문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PMO 제도도 아직 시범적용 단계여서 공공정보화 사업의 모델로 정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앞으로 이를 위한 사업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정보화 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발주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육성하려는 전문 SW업체들 대신 중견업체에게 그동안 반장이 해 왔던 역할을 맡기려는 유혹이 더 클 것이다. 그나마 이렇다 할 사업수행 경험마저 없는 기업에 과도하게 일이 몰릴 경우 우리 정보화 수준은 오히려 뒷걸음칠 수도 있다.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이 그동안 공공부문에서 쌓은 노하우를 해외에서 수행해 성과를 올리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아이디어로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시스템의 속성을 감안할 때 시스템을 보완하고 운영한 노하우를 통해 사업의 개선이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은 이같은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개척할 수 있는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수년전 구축하고 손 뗀 사업을 기반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땅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과연 이같은 문제들을 모두 고려하고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이번 정부가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함에서 던져놓은 것인지 걱정스럽다.
소설속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다. 반장의 권력을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반 전체의 문화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SW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공공정보화 사업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IT서비스나 SW 사업자 모두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보다 세심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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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서비스 업체와 소프트웨어(SW) 업체간 갈등 역시 이 소설과 여러 가지로 닮은 데가 있다.
다양한 정보화 사업에서 그동안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반장 역할을 맡아왔다. 발주자는 대부분의 일을 IT서비스 업체에 일임하고 나중에 검사만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IT서비스 업체의 반장 역할은 권력화 되고 중소 SW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소설 속의 반장처럼 IT서비스 업체들이 중소SW 업체들에게 숙제를 대신 맡기기도 하고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구축전략은 이처럼 왜곡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나 관행은 그대로 둔 채 각 반의 반장들만 그만두게 한다고 갑자기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지는 의문이다.
우선 선생님의 역할을 해야 할 발주자 측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대형 IT서비스 사업자가 해 왔던 통합관리 기능을 수행하려면 사업의 내용은 물론 시스템의 특성까지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흡한 처우와 자원의 한계 등으로 이같은 전문 인력은 공공부문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PMO 제도도 아직 시범적용 단계여서 공공정보화 사업의 모델로 정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앞으로 이를 위한 사업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정보화 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발주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육성하려는 전문 SW업체들 대신 중견업체에게 그동안 반장이 해 왔던 역할을 맡기려는 유혹이 더 클 것이다. 그나마 이렇다 할 사업수행 경험마저 없는 기업에 과도하게 일이 몰릴 경우 우리 정보화 수준은 오히려 뒷걸음칠 수도 있다.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이 그동안 공공부문에서 쌓은 노하우를 해외에서 수행해 성과를 올리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아이디어로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시스템의 속성을 감안할 때 시스템을 보완하고 운영한 노하우를 통해 사업의 개선이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은 이같은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개척할 수 있는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수년전 구축하고 손 뗀 사업을 기반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땅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과연 이같은 문제들을 모두 고려하고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이번 정부가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함에서 던져놓은 것인지 걱정스럽다.
소설속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다. 반장의 권력을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반 전체의 문화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SW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공공정보화 사업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IT서비스나 SW 사업자 모두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보다 세심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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