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다. 새 책과 공책을 앞에 놓고 새로운 각오로 목표를 세운다. 거창한 계획표를 책상 앞에 붙여놓기도 한다. 계획표를 붙이고 보니 벌써 목표를 다 이룬 느낌이다. 부모님의 격려에 마음도 뿌듯하다. 그런데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 어지러운 책상이 거슬린다. 공들여 책상을 정리하면 어느새 저녁이다. 휴식 삼아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TV에 눈길이 간다. 조금만 보자고 시작한 TV시청은 한 시간이 훌쩍 넘고 어느새 잘 시간이다.
새 학년, 새 학기면 반복하곤 하던 학창시절 이야기다. 돌아보면 항상 계획은 거창했고 실행은 작심 한 달도 쉽지 않았다. 내 실력이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욕심만 앞세워 무리하게 계획을 세운 탓이다.
그런데 용두사미 식의 계획은 나 같이 못나고 평범한 사람만 보여주는 게 아닌가보다. 최근 다시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우리 정부나 기업들을 보면 거창한 계획표를 만들며 책상을 정리하던 나의 학창시절이 오버랩 된다.
지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SW강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2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SW 강국 도약전략을 발표했었다. 거창한 계획에 비해 그동안 거둔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약속했던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SW분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여전히 어렵고 관련 학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지 못해 통폐합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구글과 애플의 약진을 보면서 우리 기업과 정부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태세다. SW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야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또 거창한 계획만 세워놓고 말 것이면 아예 시작조차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작심삼일의 반복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 우선 우리의 실력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SW강국을 만들 것인지, 현실적인 계획과 이에 대한 관계자들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정부가 대책으로 주로 제시하는 SW중심의 문화 정착, 불법복제 근절이나 저작권 보호, 우수한 SW개발인력 확보, SW제품의 수출 경쟁력 제고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선 우리가 어떤 모델의 SW강국이 될 것인지를 먼저 확실히 하지 않으면 실제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장래의 꿈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가 융합SW를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하지만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은 큰 트렌드일뿐 그 자체만으로는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특히 이미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야와 대등하게 결합해 해당 분야의 혁신을 이끌려면 무엇보다 SW 자체의 경쟁력이 확보되고 그 위상과 역할을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우리는 인도처럼 저임금이나 영어경쟁력으로 승부할 수도, 중국처럼 거대한 시장을 내세울 수도 없다. 유일한 자산인 우수한 개발자들을 키워내 글로벌 SW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공개SW의 부상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대학의 SW 교육시스템을 현장중심으로 바꾸는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대기업은 우수한 개발자를 뽑는 데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개발자를 육성해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 줘야 한다. SW 전문기업들도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같은 노력이 한 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SW 강국이란 말은 책상 위에 붙여놓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의 목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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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새 학기면 반복하곤 하던 학창시절 이야기다. 돌아보면 항상 계획은 거창했고 실행은 작심 한 달도 쉽지 않았다. 내 실력이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욕심만 앞세워 무리하게 계획을 세운 탓이다.
그런데 용두사미 식의 계획은 나 같이 못나고 평범한 사람만 보여주는 게 아닌가보다. 최근 다시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우리 정부나 기업들을 보면 거창한 계획표를 만들며 책상을 정리하던 나의 학창시절이 오버랩 된다.
지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SW강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2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SW 강국 도약전략을 발표했었다. 거창한 계획에 비해 그동안 거둔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약속했던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SW분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여전히 어렵고 관련 학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지 못해 통폐합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구글과 애플의 약진을 보면서 우리 기업과 정부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태세다. SW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야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또 거창한 계획만 세워놓고 말 것이면 아예 시작조차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작심삼일의 반복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 우선 우리의 실력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SW강국을 만들 것인지, 현실적인 계획과 이에 대한 관계자들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정부가 대책으로 주로 제시하는 SW중심의 문화 정착, 불법복제 근절이나 저작권 보호, 우수한 SW개발인력 확보, SW제품의 수출 경쟁력 제고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선 우리가 어떤 모델의 SW강국이 될 것인지를 먼저 확실히 하지 않으면 실제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장래의 꿈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가 융합SW를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하지만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은 큰 트렌드일뿐 그 자체만으로는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특히 이미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야와 대등하게 결합해 해당 분야의 혁신을 이끌려면 무엇보다 SW 자체의 경쟁력이 확보되고 그 위상과 역할을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우리는 인도처럼 저임금이나 영어경쟁력으로 승부할 수도, 중국처럼 거대한 시장을 내세울 수도 없다. 유일한 자산인 우수한 개발자들을 키워내 글로벌 SW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공개SW의 부상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대학의 SW 교육시스템을 현장중심으로 바꾸는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대기업은 우수한 개발자를 뽑는 데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개발자를 육성해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 줘야 한다. SW 전문기업들도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같은 노력이 한 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SW 강국이란 말은 책상 위에 붙여놓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의 목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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