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닭둘기는 닭과 비둘기의 합성어다. 단어의 단순조합만이 아니라 담고 있는 의미도 닭과 비둘기의 습성을 조금씩 나눠 가졌다. 닭둘기는 날렵한 산비둘기의 자태를 버리고, 인간이 던져주는 모이에 길들여진다. 몸집은 비대해지고, 이젠 나는 것조차 힘겹다. 고작 20여미터 날면 내려 쉬어야하는 운명, 닭이 되어버린 비둘기.
진화가 모두 진보는 아니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철저하게 살아남기 위한 진화. 닭둘기는 비둘기의 진화이나, 나는 법을 잃어버린 퇴보였다.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던 그 파란 꿈은 어디로 갔는가.
2008년, 새 정부 들어 우리 IT산업계에 가장 큰 변화는 주무부처의 손바뀜에 있다. 특히 방송, 통신, 콘텐츠 그리고 이들의 융합서비스를 통괄하는 컨트롤타워의 변화다. IT산업을 전담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의 임무를 부여받았던 정보통신부의 해체에 따라, 정통부의 업무는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눠졌다. 정부조직이 바뀐지 5개월, 하지만 여전히 관련업계는 혼란스럽다. 특히 통신과 방송영역을 끌어안은 방통위는 정체성의 혼돈에 휩쓸려 아직 온전하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필요한 시장에 경쟁정책이 없다. 실무부서의 실상과 상관없이, 외부로 비춰지는 방통위의 모습은 온통 정치적이다. 방송사 사장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 각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송관련 기관장에 누구를 보낼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방통위 출범이후 아직까지 이렇다할 경쟁정책 하나 나오지 않았다. 컨트롤타워가 딴 생각을 하고 있으니, 컨트롤을 받아야하는 사업자들은 혼란스럽다. 이런 혼란은 강력한 통제보다 사업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예측가능성의 부재 때문이다. 정책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사업자를 압박하는 것은 정책의 실종과도 같다.
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규제가 있어왔기에 사업자들은 주무부처를 믿고 따랐다. 리스크를 안으면서 투자를 단행했던 것은 그래도 어느 한편 주무부처를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떠나 타 정부부처로부터 얻어맞으면 주무부처가 방패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론 시장 특수성에 대해 항변 해주는 게 사업자에겐 큰 힘이었다. 그게 믿는 구석 아니었던가.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컨트롤타워의 논리구조는 바뀐 것 같다. 더 이상 사업자 편을 들 수 없다고 한다. 편은 들지 못하겠다고 하면서도, 산업활성화도 하고 소비자도 챙겨야한다고 한다. 고객정보 유용 사건에 대해 영업정지 40일의 제재를 내린 것이나, 이 사건을 전체 업계로 확대해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에서 통신방송 주무부처의 변화를 읽는다. 통신요금 20% 인하공약을 지키겠다는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압박과, 이에 대한 주무부처의 대응태도는 어떤가. 이제 방송통신콘텐츠의 주무부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 산업분야에 얽매이는 정책을 내 놓을 수 없게됐다. 관장하는 산업분야 내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서로가 경쟁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인간의 모이를 기대할 수 없는 닭둘기, 그럼 닭둘기의 꿈은 뭔가. 몸집만 비대해졌을 뿐, 그래도 나는 법을 잊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힘차게 날아라. 스스로 변화를 통해 경쟁에 뛰어들어, 살아남는 법을 진화시켜야 한다. 날렵해지는 것, 나는 법을 다시 찾는 것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지금이야말로 진보하는 진화가 필요하다.
닭둘기는 닭과 비둘기의 합성어다. 단어의 단순조합만이 아니라 담고 있는 의미도 닭과 비둘기의 습성을 조금씩 나눠 가졌다. 닭둘기는 날렵한 산비둘기의 자태를 버리고, 인간이 던져주는 모이에 길들여진다. 몸집은 비대해지고, 이젠 나는 것조차 힘겹다. 고작 20여미터 날면 내려 쉬어야하는 운명, 닭이 되어버린 비둘기.
진화가 모두 진보는 아니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철저하게 살아남기 위한 진화. 닭둘기는 비둘기의 진화이나, 나는 법을 잃어버린 퇴보였다.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던 그 파란 꿈은 어디로 갔는가.
2008년, 새 정부 들어 우리 IT산업계에 가장 큰 변화는 주무부처의 손바뀜에 있다. 특히 방송, 통신, 콘텐츠 그리고 이들의 융합서비스를 통괄하는 컨트롤타워의 변화다. IT산업을 전담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의 임무를 부여받았던 정보통신부의 해체에 따라, 정통부의 업무는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눠졌다. 정부조직이 바뀐지 5개월, 하지만 여전히 관련업계는 혼란스럽다. 특히 통신과 방송영역을 끌어안은 방통위는 정체성의 혼돈에 휩쓸려 아직 온전하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필요한 시장에 경쟁정책이 없다. 실무부서의 실상과 상관없이, 외부로 비춰지는 방통위의 모습은 온통 정치적이다. 방송사 사장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 각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송관련 기관장에 누구를 보낼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방통위 출범이후 아직까지 이렇다할 경쟁정책 하나 나오지 않았다. 컨트롤타워가 딴 생각을 하고 있으니, 컨트롤을 받아야하는 사업자들은 혼란스럽다. 이런 혼란은 강력한 통제보다 사업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예측가능성의 부재 때문이다. 정책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사업자를 압박하는 것은 정책의 실종과도 같다.
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규제가 있어왔기에 사업자들은 주무부처를 믿고 따랐다. 리스크를 안으면서 투자를 단행했던 것은 그래도 어느 한편 주무부처를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떠나 타 정부부처로부터 얻어맞으면 주무부처가 방패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론 시장 특수성에 대해 항변 해주는 게 사업자에겐 큰 힘이었다. 그게 믿는 구석 아니었던가.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컨트롤타워의 논리구조는 바뀐 것 같다. 더 이상 사업자 편을 들 수 없다고 한다. 편은 들지 못하겠다고 하면서도, 산업활성화도 하고 소비자도 챙겨야한다고 한다. 고객정보 유용 사건에 대해 영업정지 40일의 제재를 내린 것이나, 이 사건을 전체 업계로 확대해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에서 통신방송 주무부처의 변화를 읽는다. 통신요금 20% 인하공약을 지키겠다는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압박과, 이에 대한 주무부처의 대응태도는 어떤가. 이제 방송통신콘텐츠의 주무부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 산업분야에 얽매이는 정책을 내 놓을 수 없게됐다. 관장하는 산업분야 내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서로가 경쟁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인간의 모이를 기대할 수 없는 닭둘기, 그럼 닭둘기의 꿈은 뭔가. 몸집만 비대해졌을 뿐, 그래도 나는 법을 잊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힘차게 날아라. 스스로 변화를 통해 경쟁에 뛰어들어, 살아남는 법을 진화시켜야 한다. 날렵해지는 것, 나는 법을 다시 찾는 것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지금이야말로 진보하는 진화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