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디지털산업부 차장
가끔 기업 CEO나 고위공무원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물론 인간적 친밀감을 갖는 사람들이다. 답 문자가 오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살가운 마음을 문자로 남기고 싶어서다. 내가 보낸 문자가 속된 표현으로 `씹힌다'할지라도 실망하진 않는다. 문자를 받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휴대폰 문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이런 생각을 비웃듯, 이들의 이름이 찍힌 답 문자가 내 휴대폰으로 버젓이 날아든다. "나도 문자 보낼 줄 알아"라고 반박하며, 내 앞지른 생각을 무안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동전화 4000만 시대,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휴대폰은 각 개인을 인식하는 핵심적인 인식자로 자리잡았다. 휴대폰 번호가 곧 사람이며, 우린 휴대폰 번호를 통해 상대를 인식한다. 지인의 휴대폰 번호는 지인의 이름이나 별칭으로 저장되며, 우린 그 순간 휴대폰과 인간을 동일시하게 된다. 따라서 휴대폰으로 전해져 오는 문자메시지는 상대의 마음속 언어다. 휴대폰 사용자의 신분과 능력, 상황과 상관없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현재 가장 진화한, 가장 친근함을 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자리했다. 이런 휴대폰 문자메시지 바람을 타고 CEO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70, 80년대 학생들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교장선생님의 월요조회처럼,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풀어놓고 사라지던 CEO는 요즘 보기 드물다.
사람들은 이제 일방적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에는 처음부터 눈길을 주지 않는다. 모든 게 양방향으로 바뀌었다. 서로 주고받는다는 얘기다. 여전히 일방적 지시나 단방향의 소통을 즐기고 싶다면, 소통의 상대로부터 되돌아오는 외면이나 침묵은 각오해야할 일이다.
이동전화 서비스업체 사장들이나 몇몇 통신업체 CEO들의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요즘 업종과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다.
LG필립스LCD 권영수 사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고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권 사장의 제안은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을 파괴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권 사장은 아마 대면하지 않는 업무보고의 위험성 보다, 문자메시지 보고가 주는 창조성에 더 큰 기대를 한 것 같다.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업무지시를 내린다. 서울, 이천, 청주 등 본사와 지방공장을 수시로 오가는 터라 임원들 얼굴 마주할 시간이 부족한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곰곰 생각해보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굳이 마주할 시간이 없어서라면 전화통화를 하면 될 일이니까.
왜 굳이 문자일까. 투박한 손가락으로 창조되는 문자메시지, 이 속엔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배어있다. 문자는 말로 뱉어내는 것보다 의미 전달을 위해 적어도 두 번, 세 번은 더 생각하게 한다.
50, 60, 70대의 CEO, 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휴대폰 자판을 누르고 문자를 만들어 내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그 자체로서 문자를 받는 이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다. 그냥 단 축 번호 눌러 한마디 지시하면 될 일을, 꾹꾹 눌러 연애편지 쓰듯 정성스럽게 만들어 가는 문자는 그 어떤 호통과 압박보다 강력하고 무시할 수 없는 권위로 날아든다.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언어의 조합은 사랑을 이루고, 오해를 풀며, 소통을 통해 세상을 투명하게 만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문자메시지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종이편지 같은 따뜻함을 실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끔 기업 CEO나 고위공무원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물론 인간적 친밀감을 갖는 사람들이다. 답 문자가 오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살가운 마음을 문자로 남기고 싶어서다. 내가 보낸 문자가 속된 표현으로 `씹힌다'할지라도 실망하진 않는다. 문자를 받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휴대폰 문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이런 생각을 비웃듯, 이들의 이름이 찍힌 답 문자가 내 휴대폰으로 버젓이 날아든다. "나도 문자 보낼 줄 알아"라고 반박하며, 내 앞지른 생각을 무안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동전화 4000만 시대,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휴대폰은 각 개인을 인식하는 핵심적인 인식자로 자리잡았다. 휴대폰 번호가 곧 사람이며, 우린 휴대폰 번호를 통해 상대를 인식한다. 지인의 휴대폰 번호는 지인의 이름이나 별칭으로 저장되며, 우린 그 순간 휴대폰과 인간을 동일시하게 된다. 따라서 휴대폰으로 전해져 오는 문자메시지는 상대의 마음속 언어다. 휴대폰 사용자의 신분과 능력, 상황과 상관없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현재 가장 진화한, 가장 친근함을 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자리했다. 이런 휴대폰 문자메시지 바람을 타고 CEO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70, 80년대 학생들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교장선생님의 월요조회처럼,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풀어놓고 사라지던 CEO는 요즘 보기 드물다.
사람들은 이제 일방적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에는 처음부터 눈길을 주지 않는다. 모든 게 양방향으로 바뀌었다. 서로 주고받는다는 얘기다. 여전히 일방적 지시나 단방향의 소통을 즐기고 싶다면, 소통의 상대로부터 되돌아오는 외면이나 침묵은 각오해야할 일이다.
이동전화 서비스업체 사장들이나 몇몇 통신업체 CEO들의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요즘 업종과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다.
LG필립스LCD 권영수 사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고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권 사장의 제안은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을 파괴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권 사장은 아마 대면하지 않는 업무보고의 위험성 보다, 문자메시지 보고가 주는 창조성에 더 큰 기대를 한 것 같다.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업무지시를 내린다. 서울, 이천, 청주 등 본사와 지방공장을 수시로 오가는 터라 임원들 얼굴 마주할 시간이 부족한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곰곰 생각해보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굳이 마주할 시간이 없어서라면 전화통화를 하면 될 일이니까.
왜 굳이 문자일까. 투박한 손가락으로 창조되는 문자메시지, 이 속엔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배어있다. 문자는 말로 뱉어내는 것보다 의미 전달을 위해 적어도 두 번, 세 번은 더 생각하게 한다.
50, 60, 70대의 CEO, 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휴대폰 자판을 누르고 문자를 만들어 내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그 자체로서 문자를 받는 이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다. 그냥 단 축 번호 눌러 한마디 지시하면 될 일을, 꾹꾹 눌러 연애편지 쓰듯 정성스럽게 만들어 가는 문자는 그 어떤 호통과 압박보다 강력하고 무시할 수 없는 권위로 날아든다.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언어의 조합은 사랑을 이루고, 오해를 풀며, 소통을 통해 세상을 투명하게 만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문자메시지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종이편지 같은 따뜻함을 실어야 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