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기 논설위원
한국 IT산업의 위기를 얘기할 때 `넛크래커'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지금까지 IT산업에서 넛크래커 위기론은 주로 디지털전자, 반도체, 이동통신 같은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수출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두권에 속하는 분야들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넛크래커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은 보통 간과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인도나 중국 등 후발국의 위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말이다. IT서비스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국내 IT서비스 업체들도 최근 들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검증된 솔루션 수출, 선단식 진출, 현지 개발센터 구축' 같은 교과서적인 얘기로는 힘들다.
필자는 국내 IT서비스 업계가 글로벌화라는 `퀀텀리프'를 실현하려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그룹별로 난립해 있는 IT서비스 시장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현재 30대 그룹 중 28개 그룹이 IT서비스 관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중견기업 집단의 중소형 IT서비스 관계사도 최소 50~60군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상위 3개사가 IT서비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2006년 기준으로 74%나 된다. 이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힘들다. 신기술 습득에 필요한 재생산구조를 확보하기 힘든 만큼 IT서비스 업체로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위 업체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2005년 매출기준으로 삼성SDS, LG CNS, SK C&C가 아시아태평양 IT서비스 시장에서 각각 2, 4, 6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IT아웃소싱 고객은 그룹관계사가 대부분이다. 아웃소싱이든 SI 프로젝트든 해외 매출은 미미하다. 이래서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확보해도 `제 식구 일감'이라는 핀잔을 들을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유럽의 대표적인 IT서비스 업체로 우뚝 선 아토스오리진의 성공담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1997년 프랑스의 두 IT서비스 회사가 합병해 만들어진 아토스는 필립스 자회사인 오리진(2000년), KPMG컨설팅(영국 및 네덜란드, 2002년), 세마그룹(2004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매출 7조원의 유럽 최강 IT서비스 회사로 우뚝 섰다.
아토스오리진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IT서비스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형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야 한다. 상위 몇 개사 위주로 국내 IT서비스 업계가 재편되는 아주 큰 지각변동 말이다. 선두 기업들의 비그룹사 IT아웃소싱 매출 비중이 수십% 수준은 돼야 한다. 또 이렇게 재탄생한 공룡 IT서비스 업체들이 전략적 타깃 국가에서 조인트벤처 설립, 인수합병(M&A) 등에 나서야 한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규모의 경제 실현이든, 언어장벽 등 글로벌 사업상의 문제를 극복하는 문제든 유일한 해법은 M&A 뿐이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위프로, 인포시스테크놀러지 등 인도 IT서비스 업계의 `신화 3인방'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매출 2조8000억원의 TCS, 인포시스(2조원), 위프로(1조8800억원)와 삼성SDS(2조2500억원), LG CNS(1조9200억원), SK C&C(1조1000억원)는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은 천양지차다. 앞으로는 외형 격차도 더 벌어질 전망이다. 과연 우리 IT서비스 업계는 눈에 훤히 보이는 답을 외면만 하고 있을 것인가.
한국 IT산업의 위기를 얘기할 때 `넛크래커'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지금까지 IT산업에서 넛크래커 위기론은 주로 디지털전자, 반도체, 이동통신 같은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수출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두권에 속하는 분야들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넛크래커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은 보통 간과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인도나 중국 등 후발국의 위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말이다. IT서비스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국내 IT서비스 업체들도 최근 들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검증된 솔루션 수출, 선단식 진출, 현지 개발센터 구축' 같은 교과서적인 얘기로는 힘들다.
필자는 국내 IT서비스 업계가 글로벌화라는 `퀀텀리프'를 실현하려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그룹별로 난립해 있는 IT서비스 시장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현재 30대 그룹 중 28개 그룹이 IT서비스 관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중견기업 집단의 중소형 IT서비스 관계사도 최소 50~60군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상위 3개사가 IT서비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2006년 기준으로 74%나 된다. 이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힘들다. 신기술 습득에 필요한 재생산구조를 확보하기 힘든 만큼 IT서비스 업체로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위 업체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2005년 매출기준으로 삼성SDS, LG CNS, SK C&C가 아시아태평양 IT서비스 시장에서 각각 2, 4, 6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IT아웃소싱 고객은 그룹관계사가 대부분이다. 아웃소싱이든 SI 프로젝트든 해외 매출은 미미하다. 이래서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확보해도 `제 식구 일감'이라는 핀잔을 들을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유럽의 대표적인 IT서비스 업체로 우뚝 선 아토스오리진의 성공담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1997년 프랑스의 두 IT서비스 회사가 합병해 만들어진 아토스는 필립스 자회사인 오리진(2000년), KPMG컨설팅(영국 및 네덜란드, 2002년), 세마그룹(2004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매출 7조원의 유럽 최강 IT서비스 회사로 우뚝 섰다.
아토스오리진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IT서비스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형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야 한다. 상위 몇 개사 위주로 국내 IT서비스 업계가 재편되는 아주 큰 지각변동 말이다. 선두 기업들의 비그룹사 IT아웃소싱 매출 비중이 수십% 수준은 돼야 한다. 또 이렇게 재탄생한 공룡 IT서비스 업체들이 전략적 타깃 국가에서 조인트벤처 설립, 인수합병(M&A) 등에 나서야 한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규모의 경제 실현이든, 언어장벽 등 글로벌 사업상의 문제를 극복하는 문제든 유일한 해법은 M&A 뿐이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위프로, 인포시스테크놀러지 등 인도 IT서비스 업계의 `신화 3인방'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매출 2조8000억원의 TCS, 인포시스(2조원), 위프로(1조8800억원)와 삼성SDS(2조2500억원), LG CNS(1조9200억원), SK C&C(1조1000억원)는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은 천양지차다. 앞으로는 외형 격차도 더 벌어질 전망이다. 과연 우리 IT서비스 업계는 눈에 훤히 보이는 답을 외면만 하고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