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10월19일 당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은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은행전표 한 장을 흔들어보이며 메가톤급 폭로를 했다.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 3백억원이 3개의 차명계좌에 1백억원씩 나뉘어 예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돈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4천억원 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재벌 총수들의 줄소환으로 온 나라를 뒤흔든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의 서막이었다. 당시 내로라 하는 기업인들이 뇌물 제공 혐의로 죄다 검찰청에 소환돼 포토라인 앞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했고, 일부는 기소돼 법정에서 피고인 호칭을 들어야 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재벌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제공한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두 사건이 상당한 시차를 두고 있지만 여러모로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사 주체가 대검 중앙수사부로 동일한데다 재벌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최고권력자 또는 그 후보에게 제공한 사건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또 재벌 총수나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것도 8년전을 연상케한다. 차이점이라면 과거 사건에서는 재벌들이 권력자에게 정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보험금' 또는 이권의 대가를 제공한 반면, 이번에는 최고권력자 후보들에게 보험금 성격의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장황하게 두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기자적 시각에서 흥밋거리를 찾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노태우-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 IMF 외환위기와 두 번의 정권교체를 겪으면서 `글로벌 스탠더드' `투명화'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구호들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권력과 재벌의 `검은 거래'가 여전함을 이번 사건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지 불법 정치자금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 사회분위기를 의식해 보다 은밀하고 교활하게 주고받았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검찰의 이번 수사에서 유난히 IT업체들이 많이 등장하는 점이다. 마치 IT업체들이 각 그룹의 비자금 조달처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여러 업체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수출한국을 이끌고 있는 IT업체들의 신인도가 이로인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고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비자금 수사를 조기종결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제에 비자금 조성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길게 보면 그것이 경제계에도 보약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수사에만 신경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해 정치지도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조성해 기업이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데 지혜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수사는 한차례 푸닥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8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재벌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제공한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두 사건이 상당한 시차를 두고 있지만 여러모로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사 주체가 대검 중앙수사부로 동일한데다 재벌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최고권력자 또는 그 후보에게 제공한 사건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또 재벌 총수나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것도 8년전을 연상케한다. 차이점이라면 과거 사건에서는 재벌들이 권력자에게 정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보험금' 또는 이권의 대가를 제공한 반면, 이번에는 최고권력자 후보들에게 보험금 성격의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장황하게 두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기자적 시각에서 흥밋거리를 찾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노태우-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 IMF 외환위기와 두 번의 정권교체를 겪으면서 `글로벌 스탠더드' `투명화'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구호들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권력과 재벌의 `검은 거래'가 여전함을 이번 사건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지 불법 정치자금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 사회분위기를 의식해 보다 은밀하고 교활하게 주고받았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검찰의 이번 수사에서 유난히 IT업체들이 많이 등장하는 점이다. 마치 IT업체들이 각 그룹의 비자금 조달처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여러 업체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수출한국을 이끌고 있는 IT업체들의 신인도가 이로인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고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비자금 수사를 조기종결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제에 비자금 조성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길게 보면 그것이 경제계에도 보약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수사에만 신경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해 정치지도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조성해 기업이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데 지혜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수사는 한차례 푸닥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