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제품이 우리기업의 브랜드를 달고 제값 받고 세계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신뢰받을만한 `이름'이 없었던 탓에 한동안 외국 업체의 브랜드를 달고 다가가는 방법을 써야 했다. 미국시장에서 우리기업 제품이 히트해도 `이름'이 없는 탓에 우리 기업들에게 돌아오는 몫이 적었고, 우리기업을 기억해주는 이도 많지 않았다.
이후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가 어느 정도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이름 없는 히트상품의 자리는 동남아와 중국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70~80년대 미국시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농수산물을 비롯한 일차상품과 의류를 비롯한 비교적 값싼 소비재의 경우 태반이 중국산이며, 전자제품조차도 저가형 제품은 원산지가 `차이나'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중고급형 가전제품이나 하이테크 냄새가 나는 정보기기의 경우는 중국산에 대한 낮은 신뢰성 인식 등이 자연스런 방어막이 돼왔다.
그런 가운데 중국 최대 가전업체이자 지난해 11조원 가까운 매출로 백색가전부문 세계 5위에 랭크돼 있는 하이얼(海爾)이 최근 한국에서 적극적인 `얼굴 알리기'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하이얼은 이 달 초 국내 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 몇 군데에 입점, 거실형 냉장고와 와인 냉장고 등 국내 가전대기업들의 입김이 아직 약한 틈새제품을 중심으로 자체 상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데 이어, 내달에는 중국업체로는 처음으로 국내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접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하이얼의 자체브랜드 상품이 국내에서 초기에 큰 호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리가 초기에는 크게 꺼렸던 중국 등지로부터의 수입 농수산품, 수입의류, 수입 생활용품을 이제는 비록 달갑지는 않더라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의 추세를 볼 때, 비교적 값비싼 제품이나 성능 및 사용 편리성을 따지는 제품에서 삼성ㆍLG 등 국내 전자 대기업의 입지는 갈수록 강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저가형 제품과 소형가전으로 불리는,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이고 제품간 변별성이 강하지 않은 분야다.
하이얼을 비롯한 국내에 진출하는 중국기업들은 일반적인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 마케팅력, 게다가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 `중국 대기업'들은 삼성ㆍLG 등 대기업과의 대결을 피해 `틈새시장'에 먼저 뿌리를 박으려 할 것이고, 결국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분야에서 기반을 닦고 아이디어로 승부해온 국내 중소 가전업체들과 직접 충돌할 소지가 크다.
전문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해당 분야 1등이 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철저히 파악해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 외국산 독무대였던 드럼세탁기 시장을 우리기업들이 대용량 제품을 앞세워 단기간에 장악하고, 김치냉장고라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성공모델을 만들어낸 것 등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조휘섭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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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가 어느 정도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이름 없는 히트상품의 자리는 동남아와 중국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70~80년대 미국시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농수산물을 비롯한 일차상품과 의류를 비롯한 비교적 값싼 소비재의 경우 태반이 중국산이며, 전자제품조차도 저가형 제품은 원산지가 `차이나'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중고급형 가전제품이나 하이테크 냄새가 나는 정보기기의 경우는 중국산에 대한 낮은 신뢰성 인식 등이 자연스런 방어막이 돼왔다.
그런 가운데 중국 최대 가전업체이자 지난해 11조원 가까운 매출로 백색가전부문 세계 5위에 랭크돼 있는 하이얼(海爾)이 최근 한국에서 적극적인 `얼굴 알리기'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하이얼은 이 달 초 국내 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 몇 군데에 입점, 거실형 냉장고와 와인 냉장고 등 국내 가전대기업들의 입김이 아직 약한 틈새제품을 중심으로 자체 상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데 이어, 내달에는 중국업체로는 처음으로 국내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접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하이얼의 자체브랜드 상품이 국내에서 초기에 큰 호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리가 초기에는 크게 꺼렸던 중국 등지로부터의 수입 농수산품, 수입의류, 수입 생활용품을 이제는 비록 달갑지는 않더라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의 추세를 볼 때, 비교적 값비싼 제품이나 성능 및 사용 편리성을 따지는 제품에서 삼성ㆍLG 등 국내 전자 대기업의 입지는 갈수록 강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저가형 제품과 소형가전으로 불리는,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이고 제품간 변별성이 강하지 않은 분야다.
하이얼을 비롯한 국내에 진출하는 중국기업들은 일반적인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 마케팅력, 게다가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 `중국 대기업'들은 삼성ㆍLG 등 대기업과의 대결을 피해 `틈새시장'에 먼저 뿌리를 박으려 할 것이고, 결국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분야에서 기반을 닦고 아이디어로 승부해온 국내 중소 가전업체들과 직접 충돌할 소지가 크다.
전문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해당 분야 1등이 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철저히 파악해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 외국산 독무대였던 드럼세탁기 시장을 우리기업들이 대용량 제품을 앞세워 단기간에 장악하고, 김치냉장고라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성공모델을 만들어낸 것 등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조휘섭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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