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한반도의 남쪽을 처참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TV를 통해 안방에까지 생생하게 전달된 태풍특보 상황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참상이었다. 순간 최대풍속 초속 60m의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태풍 매미는 그 위력을 실증하려는 듯이, 모든 것을 날려 보냈다.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대형 크레인 11기를 넘어뜨려 고철덩어리로 만들었다. 쓰러진 크레인들은 휴지처럼 구겨진 모습이었다. 또 건조중이던 대형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충돌했다. 대형여객선을 개조한 해상관광호텔이 선착장으로 떠밀려 올라와 45도 기운 채 좌초됐다. 부산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은 인근에서 구조작업중이던 소방차를 덮쳤다. 바닷물이 광안리 해운대 등 해안도로를 집어삼켜 차량과 상가를 파손시켰다. 제주 김해 포항공항 일부시설물도 망가졌다. 남해안 가두리양식장은 험한 파도에 유실됐다. 산사태로 매몰된 가옥과 뜯겨진 지붕, 끊겨진 도로와 철도, 나뒹구는 탈선한 열차 등 헬기에서 촬영한 피해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번 태풍은 막대한 산업피해를 안겨주었다. 세계 물동량 4위 부산항은 컨테이너 크레인을 완전 복구하는데 1년 이상 걸린다고 하니 상당기간 수출입 및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을 빚게 됐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던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이 그친 지 며칠이 됐다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태풍피해까지 발생, 동북아 중심의 허브항구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태풍이 동반한 강한 비바람으로 전국 곳곳의 고압선이 절단되고 변압기가 물에 잠겨 147만가구에 전기가 끊기는 사상 초유의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전기공급이 재개됐지만, 송전철탑 10개가 부러진 창원, 거제 지역은 전기공급이 지체될 것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송전선로와 주변압기 고장으로 고리 1~4호기, 월성 2호기 등 원전 5기가 발전을 일시 중지했다. 여수와 울산의 석유화학단지에도 정전과 침수피해로 인해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부산 창원 구미 울산의 전자, 자동차 공장에도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집중호우와 강풍에 수확기를 앞둔 벼 1만여ha가 침수되거나 도복됐고 사과 배 등 과수농가는 절반이상 낙과피해를 입었다. 지난 1980년 이후 23년만의 대흉작을 예고하고 있다. 아무리 과학문명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인간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이처럼 무력하고 왜소한 존재일 뿐이다.
태풍은 매년 30여개 발생, 연평균 3.1개꼴로 우리나라에 직간접 영향을 준다. 앞으로도 1~2개 더 찾아올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 태풍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강화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형 태풍이 더욱 잦아들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동안 압축성장에 매달려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재해와 재난 등 위험요소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연례적인 자연재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경제를 건강하게 키우는 길이다. 십시일반이라고 했다. 이제는 시름에 잠긴 이재민들을 도와 재기의 삽질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송하식 경제부부장. 부국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대형 크레인 11기를 넘어뜨려 고철덩어리로 만들었다. 쓰러진 크레인들은 휴지처럼 구겨진 모습이었다. 또 건조중이던 대형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충돌했다. 대형여객선을 개조한 해상관광호텔이 선착장으로 떠밀려 올라와 45도 기운 채 좌초됐다. 부산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은 인근에서 구조작업중이던 소방차를 덮쳤다. 바닷물이 광안리 해운대 등 해안도로를 집어삼켜 차량과 상가를 파손시켰다. 제주 김해 포항공항 일부시설물도 망가졌다. 남해안 가두리양식장은 험한 파도에 유실됐다. 산사태로 매몰된 가옥과 뜯겨진 지붕, 끊겨진 도로와 철도, 나뒹구는 탈선한 열차 등 헬기에서 촬영한 피해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번 태풍은 막대한 산업피해를 안겨주었다. 세계 물동량 4위 부산항은 컨테이너 크레인을 완전 복구하는데 1년 이상 걸린다고 하니 상당기간 수출입 및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을 빚게 됐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던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이 그친 지 며칠이 됐다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태풍피해까지 발생, 동북아 중심의 허브항구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태풍이 동반한 강한 비바람으로 전국 곳곳의 고압선이 절단되고 변압기가 물에 잠겨 147만가구에 전기가 끊기는 사상 초유의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전기공급이 재개됐지만, 송전철탑 10개가 부러진 창원, 거제 지역은 전기공급이 지체될 것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송전선로와 주변압기 고장으로 고리 1~4호기, 월성 2호기 등 원전 5기가 발전을 일시 중지했다. 여수와 울산의 석유화학단지에도 정전과 침수피해로 인해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부산 창원 구미 울산의 전자, 자동차 공장에도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집중호우와 강풍에 수확기를 앞둔 벼 1만여ha가 침수되거나 도복됐고 사과 배 등 과수농가는 절반이상 낙과피해를 입었다. 지난 1980년 이후 23년만의 대흉작을 예고하고 있다. 아무리 과학문명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인간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이처럼 무력하고 왜소한 존재일 뿐이다.
태풍은 매년 30여개 발생, 연평균 3.1개꼴로 우리나라에 직간접 영향을 준다. 앞으로도 1~2개 더 찾아올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 태풍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강화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형 태풍이 더욱 잦아들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동안 압축성장에 매달려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재해와 재난 등 위험요소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연례적인 자연재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경제를 건강하게 키우는 길이다. 십시일반이라고 했다. 이제는 시름에 잠긴 이재민들을 도와 재기의 삽질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송하식 경제부부장. 부국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