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화산업 정책 및 지원 결정권을 민간위원회로 이양키로 한 것은 민간의 참여를 늘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정작 민간은 배제된 채 정부 주도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영화진흥위원회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민간위 체제는 문화콘텐츠산업을 국가핵심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자 했던 김대중 정부의 문화산업 정책 방향과 크게 달라 정책의 일관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비민주성, 일관성과 효율성 배제= 새정부의 민간위원회 추진 사업에는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은 논의구조의 비민주성이다. 민간은 배제된 채, 정부 중심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산업의 경우 음반기획제작자연대ㆍ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ㆍ한국민족음악인협회 등에서 일부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 마이너 그룹이다. 또 음악산업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음반사들은 온라인 음악 활성화, 음원신탁관리 등 현안에 둘러싸여 민간위원회 구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민간위원회 체제로 갈 경우 김대중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21세기 지식기반경제강국 구현'을 위한 문화산업 집중육성 전략은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 또 정통부ㆍ산자부 등 유관부처 및 기관의 협조를 이끌어낼지도 의문이다. 특히 정부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 설립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경우 설립된 지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업무를 모두 민간위원회로 넘긴다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답습식 모델=민간위원회 추진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모델을 답습하려는 점에 있다. 영진위가 영화산업 진흥에 기여한 공로는 크다. 하지만 영화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영진위의 위상이 실제 수행한 역할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영진위는 민간위원회로서 산업진흥 역할을 적절히 수행했던 조직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먼저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영진위는 민간위원회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정부로부터 예ㆍ결산에 대한 감사와 통제를 받는 `기관' 성격이 강한 조직이다. 즉 향후 설립될 분야별 민간위원회가 지금의 영진위와 같은 모델이라면 민간업계가 정책을 결정하는 `민주성'을 제외하고는 기존 산하기관들과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진흥원과 게임개발원의 현행 이사회를 의결구조를 갖는 민간위원회로 바꾸면 되지, 굳이 전체조직을 흔들어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위를 진흥기관을 흡수ㆍ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지만, 민간위원이 정책결정한다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화산업지원 주체에만 논의가 집중될 경우 투자조합 부진, 천편일률적인 제작지원 방식 개선 등 업계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지원방식 혁신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우려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문화부는 현행법에서 인정하는 선에서 `자문기구' 형태의 과도기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 자문기구는 기존 기관을 흡수ㆍ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제안이나 제도 개선 건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자문기구와 기관이 병존하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차치하더라도, 산업 진흥 주체인 기관에 시어머니가 둘이 생겨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 역량 미지수= 정부가 의도하는 개혁적인 민간위원회 구성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문화부가 민간위원회 성공모델로 삼고 있는 영진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3세대 혹은 4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혁신세력이 탄탄했었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계를 제외한 게임ㆍ음악ㆍ애니메이션 등의 문화산업의 경우 `민간' 중심의 진흥위원회를 꾸리기에는 역량의 한계가 있다. 시장이 작고 전문가도 부족하고 업계 전체적인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도 없다. 특히 변화발전을 주도할 젊은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애니메이션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민간조직으로 바뀐다면 OEM으로 사업력을 키우거나 방송사와 연계된 몇몇 기존 업체들만 위원으로 참가해 현재 `판'을 공고히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정작 민간은 배제된 채 정부 주도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영화진흥위원회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민간위 체제는 문화콘텐츠산업을 국가핵심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자 했던 김대중 정부의 문화산업 정책 방향과 크게 달라 정책의 일관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비민주성, 일관성과 효율성 배제= 새정부의 민간위원회 추진 사업에는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은 논의구조의 비민주성이다. 민간은 배제된 채, 정부 중심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산업의 경우 음반기획제작자연대ㆍ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ㆍ한국민족음악인협회 등에서 일부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 마이너 그룹이다. 또 음악산업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음반사들은 온라인 음악 활성화, 음원신탁관리 등 현안에 둘러싸여 민간위원회 구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민간위원회 체제로 갈 경우 김대중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21세기 지식기반경제강국 구현'을 위한 문화산업 집중육성 전략은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 또 정통부ㆍ산자부 등 유관부처 및 기관의 협조를 이끌어낼지도 의문이다. 특히 정부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 설립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경우 설립된 지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업무를 모두 민간위원회로 넘긴다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답습식 모델=민간위원회 추진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모델을 답습하려는 점에 있다. 영진위가 영화산업 진흥에 기여한 공로는 크다. 하지만 영화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영진위의 위상이 실제 수행한 역할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영진위는 민간위원회로서 산업진흥 역할을 적절히 수행했던 조직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먼저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영진위는 민간위원회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정부로부터 예ㆍ결산에 대한 감사와 통제를 받는 `기관' 성격이 강한 조직이다. 즉 향후 설립될 분야별 민간위원회가 지금의 영진위와 같은 모델이라면 민간업계가 정책을 결정하는 `민주성'을 제외하고는 기존 산하기관들과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진흥원과 게임개발원의 현행 이사회를 의결구조를 갖는 민간위원회로 바꾸면 되지, 굳이 전체조직을 흔들어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위를 진흥기관을 흡수ㆍ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지만, 민간위원이 정책결정한다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화산업지원 주체에만 논의가 집중될 경우 투자조합 부진, 천편일률적인 제작지원 방식 개선 등 업계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지원방식 혁신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우려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문화부는 현행법에서 인정하는 선에서 `자문기구' 형태의 과도기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 자문기구는 기존 기관을 흡수ㆍ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제안이나 제도 개선 건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자문기구와 기관이 병존하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차치하더라도, 산업 진흥 주체인 기관에 시어머니가 둘이 생겨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 역량 미지수= 정부가 의도하는 개혁적인 민간위원회 구성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문화부가 민간위원회 성공모델로 삼고 있는 영진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3세대 혹은 4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혁신세력이 탄탄했었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계를 제외한 게임ㆍ음악ㆍ애니메이션 등의 문화산업의 경우 `민간' 중심의 진흥위원회를 꾸리기에는 역량의 한계가 있다. 시장이 작고 전문가도 부족하고 업계 전체적인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도 없다. 특히 변화발전을 주도할 젊은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애니메이션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민간조직으로 바뀐다면 OEM으로 사업력을 키우거나 방송사와 연계된 몇몇 기존 업체들만 위원으로 참가해 현재 `판'을 공고히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