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완연한 봄빛이다. 백합, 튤립, 벚나무, 백목련, 은방울꽃, 히아신스까지 해마다 피는 꽃이지만 4월의 봄꽃은 유난히 싱싱한 향기를 뿜어낸다. 피어나는 모습도 곱지만, 바람부는 날 눈물처럼 한순간에 후드득 떨어져 흩날리는 꽃잎들은 더 눈부시게 아름답다.
하지만 취업전쟁에서 밀려난 젊은이들에게, 봄날은 멀었다. 요즘엔 명문대 졸업장에 PC와 정보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이른바 고학력의 `디지털 실업자'들이 춥고 긴 겨울의 터널 속에 갇혀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불황이 닥치자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프로그래머들이 밤새 시내를 도는 순환버스에 몸을 싣고 `디지털 걸인'신세로 배회하고 있다지만, 오늘 서울에서는 바늘귀 취업문을 뚫지 못한 20대 젊은이들이 버스 대신 길거리 PC방을 전전한다.
이들은 뉴욕타임스가 퇴폐적인 분위기의 `PC bang'이라고 소개했던, 바로 그 비좁고 침침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공간에 숨어 시간을 죽인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의 굉음, 메신저로 날아드는 포르노사이트의 홍보문구, 온갖 소리와 문자와 그래픽의 폭탄세례에 정신이 어찔할 정도다.
문을 열고 나가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두텁다.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에 의하면 올봄 대학졸업자중 36.7%만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2사분기에는 상장기업의 60%가 채용계획이 아예 없어, 취업재수생들이 IMF이후 최악의 실업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한다.
직장인들도 감원태풍 속에 불안하긴 마찬가지. 경력도 더 이상 `소중한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숨기고 싶은 아킬레스 건`이다.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자조섞인 유행어가 나도는 시대에, 55세 이상 임직원으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아 수리해버린 어느 대기업의 비정한 구조조정은 얘깃거리도 못된다.
디지털실업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웃지 못할 풍속도까지 연출된다. 인터넷으로 구걸을 하거나, 기업비리를 담은 폭로성 이메일로 돈을 뜯어내는 디지털사기꾼들도 속출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1위, 아줌마들의 치맛바람으로 상징되는 PC교육열, 그리고 IT강국의 자부심. 이처럼 자타공인의 `디지털 맨 파워'를 국가적으로 활용할 대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알려진 시스코는 3만명 직원 중 2만7000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이중 인도인이 무려 1만 2000명, 중국인이 7500명인데 비해 한국인은 6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인력의 수출길이 막혀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PC방에 갇힌 `디지털 자폐아'들을 열린 공간으로 불러낼 정부차원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독일 하노버같은 도시는 언제가도 크고 작은 전시회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도 서울이나 대덕을 365일 첨단기술의 쇼케이스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하지 않을까. 테헤란밸리에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을 겨냥한 소프트웨어 및 게임교육 연수센터를 개설한다거나, 디지털 도시를 선정해 부산 국제영화제처럼 지역축제 분위기의 솔루션박람회를 1년 내내 여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실업자 문제에 대한 실효성있는 대책과, IT 고용창출을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비전제시를 촉구한다.
하지만 취업전쟁에서 밀려난 젊은이들에게, 봄날은 멀었다. 요즘엔 명문대 졸업장에 PC와 정보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이른바 고학력의 `디지털 실업자'들이 춥고 긴 겨울의 터널 속에 갇혀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불황이 닥치자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프로그래머들이 밤새 시내를 도는 순환버스에 몸을 싣고 `디지털 걸인'신세로 배회하고 있다지만, 오늘 서울에서는 바늘귀 취업문을 뚫지 못한 20대 젊은이들이 버스 대신 길거리 PC방을 전전한다.
이들은 뉴욕타임스가 퇴폐적인 분위기의 `PC bang'이라고 소개했던, 바로 그 비좁고 침침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공간에 숨어 시간을 죽인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의 굉음, 메신저로 날아드는 포르노사이트의 홍보문구, 온갖 소리와 문자와 그래픽의 폭탄세례에 정신이 어찔할 정도다.
문을 열고 나가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두텁다.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에 의하면 올봄 대학졸업자중 36.7%만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2사분기에는 상장기업의 60%가 채용계획이 아예 없어, 취업재수생들이 IMF이후 최악의 실업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한다.
직장인들도 감원태풍 속에 불안하긴 마찬가지. 경력도 더 이상 `소중한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숨기고 싶은 아킬레스 건`이다.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자조섞인 유행어가 나도는 시대에, 55세 이상 임직원으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아 수리해버린 어느 대기업의 비정한 구조조정은 얘깃거리도 못된다.
디지털실업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웃지 못할 풍속도까지 연출된다. 인터넷으로 구걸을 하거나, 기업비리를 담은 폭로성 이메일로 돈을 뜯어내는 디지털사기꾼들도 속출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1위, 아줌마들의 치맛바람으로 상징되는 PC교육열, 그리고 IT강국의 자부심. 이처럼 자타공인의 `디지털 맨 파워'를 국가적으로 활용할 대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알려진 시스코는 3만명 직원 중 2만7000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이중 인도인이 무려 1만 2000명, 중국인이 7500명인데 비해 한국인은 6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인력의 수출길이 막혀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PC방에 갇힌 `디지털 자폐아'들을 열린 공간으로 불러낼 정부차원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독일 하노버같은 도시는 언제가도 크고 작은 전시회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도 서울이나 대덕을 365일 첨단기술의 쇼케이스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하지 않을까. 테헤란밸리에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을 겨냥한 소프트웨어 및 게임교육 연수센터를 개설한다거나, 디지털 도시를 선정해 부산 국제영화제처럼 지역축제 분위기의 솔루션박람회를 1년 내내 여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실업자 문제에 대한 실효성있는 대책과, IT 고용창출을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비전제시를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