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엽기댄스로 인기를 끄는 개그맨이 있다. 휘청거리는 춤과 함께 시도 때도 없이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일명 `청담동 호루라기'다.
미국에선 이렇게 `호루라기 부는 사람(whistle-blower)'이 후한 대접을 받는다. 운동규칙을 위반한 선수에게 휘슬을 부는 심판처럼, 직장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내부고발자'들이다.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도 알고보면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비밀정보를 흘려준 백악관보좌관 출신의 제보자, 이른바 `깊숙한 목구멍'(Deep Throat)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세금도둑이나 부정부패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퀴탐(Qui Tam action)'제도가 뿌리를 내렸을까. 퀴탐이란 `국왕 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소송을 거는 사람'(qui tam pro domino rege, quam pro se ipso, sequitur)이라는 라틴어에서 따온 말. 비리를 아는 내부고발자가 정부 대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비리기업에 물린 추징금의 15~30%를 돌려주는 `시민 포상제도'를 뜻한다. 이 법의 기원은 남북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군수업자들의 납품사기에 골머리를 앓던 링컨정부가 내부고발자에게 보상금을 줬던 것. 이제는 `퀴탐 백만장자'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제도적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루라기 춤의 익살에는 웃어도, 내부고발자에겐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알게 모르게 유교전통이 몸에 밴 우리에게, 상사나 동료의 비리를 고발한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배신행위다. 영화 `친구'의 유행어 `우린 친구 아이가'가 말해주듯, 동료란 무조건 잘못을 가리고 덮어줘야 할 존재인 것이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주 `수사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한진그룹을 비롯, SK의 불똥이 어디로 튈까 재벌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 5개사 중 1개가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얼마전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 재벌은 4가지 서로 다른 회계장부를 가지고 있어, 정확한 수치는 오너만이 알 수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기업비리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재계에서 먼저 퀴탐운동을 벌여야 하는 게 아닐까.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할 전사적자원관리(ERP)가 오히려 이중장부, 무자료거래, 비자금관리, 리베이트 등 기업의 고질적 병폐를 합법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B2B가 실패하는 이유도 투명경영을 두려워하는 경영마인드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 됐다.
많은 기업이 대외적으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e트랜스포메이션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첨단기술이 벗겨낼 경영의 속살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포상금이 없더라도 누군가는 나서서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야 할 때다.
디지털타임스가 오늘부터 새 컬럼을 신설합니다. 최승철(정보통신부장), 정호원(컴퓨팅부장), 이선기(국제부장), 이규화(경제부 차장), 장윤옥(컴퓨팅부 차장), 함영훈(경제부 차장) 등 6명의 본지 필진이 참가할 신설컬럼에 많은
기대 바랍니다.
미국에선 이렇게 `호루라기 부는 사람(whistle-blower)'이 후한 대접을 받는다. 운동규칙을 위반한 선수에게 휘슬을 부는 심판처럼, 직장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내부고발자'들이다.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도 알고보면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비밀정보를 흘려준 백악관보좌관 출신의 제보자, 이른바 `깊숙한 목구멍'(Deep Throat)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세금도둑이나 부정부패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퀴탐(Qui Tam action)'제도가 뿌리를 내렸을까. 퀴탐이란 `국왕 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소송을 거는 사람'(qui tam pro domino rege, quam pro se ipso, sequitur)이라는 라틴어에서 따온 말. 비리를 아는 내부고발자가 정부 대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비리기업에 물린 추징금의 15~30%를 돌려주는 `시민 포상제도'를 뜻한다. 이 법의 기원은 남북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군수업자들의 납품사기에 골머리를 앓던 링컨정부가 내부고발자에게 보상금을 줬던 것. 이제는 `퀴탐 백만장자'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제도적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루라기 춤의 익살에는 웃어도, 내부고발자에겐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알게 모르게 유교전통이 몸에 밴 우리에게, 상사나 동료의 비리를 고발한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배신행위다. 영화 `친구'의 유행어 `우린 친구 아이가'가 말해주듯, 동료란 무조건 잘못을 가리고 덮어줘야 할 존재인 것이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주 `수사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한진그룹을 비롯, SK의 불똥이 어디로 튈까 재벌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 5개사 중 1개가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얼마전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 재벌은 4가지 서로 다른 회계장부를 가지고 있어, 정확한 수치는 오너만이 알 수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기업비리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재계에서 먼저 퀴탐운동을 벌여야 하는 게 아닐까.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할 전사적자원관리(ERP)가 오히려 이중장부, 무자료거래, 비자금관리, 리베이트 등 기업의 고질적 병폐를 합법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B2B가 실패하는 이유도 투명경영을 두려워하는 경영마인드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 됐다.
많은 기업이 대외적으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e트랜스포메이션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첨단기술이 벗겨낼 경영의 속살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포상금이 없더라도 누군가는 나서서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야 할 때다.
디지털타임스가 오늘부터 새 컬럼을 신설합니다. 최승철(정보통신부장), 정호원(컴퓨팅부장), 이선기(국제부장), 이규화(경제부 차장), 장윤옥(컴퓨팅부 차장), 함영훈(경제부 차장) 등 6명의 본지 필진이 참가할 신설컬럼에 많은
기대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