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곤.김종휘 대중문화비평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줄줄이 들어선 지금, 영화는 팝콘과 콜라처럼 사고 먹고 소비되는 상품이 되었다. 스크린과 극장의 일방성은 더 이상 낭만이 될 수 없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키드들은 영화에 대한 추억을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며칠 전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10대 친구 G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G는 굉장한 영화광임에도 꽤 오래 전부터 극장을 드나들지 않고 있었다. 고전 영화부터 최신 영화까지 두루 섭렵한 그는 대부분의 영화를 극장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컴퓨터로 즐기고 있었다. 극장을 거부하고 홀로 집에서 영화보기를 선택한 이유를 그는 명쾌하게 답했다.
첫째, 가지각색의 군중이 모인 극장의 분위기는 지극히 민감한 그의 심기에 매번 거슬렸다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된 후에도 입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입장시키는 극장 시스템, 결정적인 장면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 감동을 정리하려는 순간에 빈정거려 산통을 깨는 사람들, 엔딩 크레디트에 관심없이 무섭게 일어서 나가버리는 사람들. 이처럼 G와 영화의 소통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종류는 수도 없었다.
둘째,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현재 극장가에서는 그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트렌드를 쫓는 극장가에서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선택할 기회는 이미 박탈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은 고전이라도 서점에서 구할 수 있지만, 영화는 아무리 유명한 고전이라도 일반 극장에서 다시 상영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디지털 키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재미있는 이유를 말해주었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그`위대한'영화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역시간 구성으로 유명했던 `메멘토'란 영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영화를 되돌려(rewind) 봐도 도통 이해되지 않았던 그는 디지털 장비로 시간 순서에 맞게 영화를 재편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감독의 의도에 어긋날 수도 있고, 영화의`신성성'을 훼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자유로운 방식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것을 디렉터스컷(director's cut)처럼 G's cut 이라고 명명했다.
어두운 극장 안, 퀘퀘한 공기에 취해 영사기의 불빛에 희망을 걸던 헐리우드 키드들의 향수 어린 추억담은 더 이상 신선한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 각종 영화 잡지에 그들이 기고한 `내가 처음 접한 영화'류의 글들을 보면, 해당 영화에 대한 매혹적인 기억은 반드시 `극장 경험'과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극장', 그곳에서 헐리우드 키드들은 커다란 스크린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압도당했다. 그들은 적어도 극장 안에서는 스크린의 압도적인 일방성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창조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줄줄이 들어선 지금, 영화는 팝콘과 콜라처럼 사고 먹고 소비되는 상품이 되었다. 스크린과 극장의 일방성은 더 이상 낭만이 될 수 없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키드들은 영화에 대한 추억을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며칠 전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10대 친구 G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G는 굉장한 영화광임에도 꽤 오래 전부터 극장을 드나들지 않고 있었다. 고전 영화부터 최신 영화까지 두루 섭렵한 그는 대부분의 영화를 극장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컴퓨터로 즐기고 있었다. 극장을 거부하고 홀로 집에서 영화보기를 선택한 이유를 그는 명쾌하게 답했다.
첫째, 가지각색의 군중이 모인 극장의 분위기는 지극히 민감한 그의 심기에 매번 거슬렸다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된 후에도 입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입장시키는 극장 시스템, 결정적인 장면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 감동을 정리하려는 순간에 빈정거려 산통을 깨는 사람들, 엔딩 크레디트에 관심없이 무섭게 일어서 나가버리는 사람들. 이처럼 G와 영화의 소통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종류는 수도 없었다.
둘째,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현재 극장가에서는 그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트렌드를 쫓는 극장가에서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선택할 기회는 이미 박탈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은 고전이라도 서점에서 구할 수 있지만, 영화는 아무리 유명한 고전이라도 일반 극장에서 다시 상영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디지털 키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재미있는 이유를 말해주었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그`위대한'영화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역시간 구성으로 유명했던 `메멘토'란 영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영화를 되돌려(rewind) 봐도 도통 이해되지 않았던 그는 디지털 장비로 시간 순서에 맞게 영화를 재편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감독의 의도에 어긋날 수도 있고, 영화의`신성성'을 훼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자유로운 방식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것을 디렉터스컷(director's cut)처럼 G's cut 이라고 명명했다.
어두운 극장 안, 퀘퀘한 공기에 취해 영사기의 불빛에 희망을 걸던 헐리우드 키드들의 향수 어린 추억담은 더 이상 신선한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 각종 영화 잡지에 그들이 기고한 `내가 처음 접한 영화'류의 글들을 보면, 해당 영화에 대한 매혹적인 기억은 반드시 `극장 경험'과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극장', 그곳에서 헐리우드 키드들은 커다란 스크린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압도당했다. 그들은 적어도 극장 안에서는 스크린의 압도적인 일방성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창조를 꿈꾸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