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명운이 갈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 수뇌부로 재회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재명 연임론'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양상이고,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토론'이 오히려 출마 가능성을 키우는 형국이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어느 한 쪽의 행보가 다른 쪽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친명(친이재명)이 절대 다수가 된 민주당에선 연일 이 대표 연임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누가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던 이 대표도 최근 연임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양상이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여전히 (연임 여부를) 고민 중인 것 같다"며 "지금은 (총선 압승으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당 대표 연임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전임 원내대표인 홍익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최근 연임과 관련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다"며 "'연임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충분히 명분을 찾을 수 있다. 민주당에서 당대표 연임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2000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가 있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이 "대선 1년 전 사퇴하면 된다"며 연임론에 힘을 실은 이유다.
이 대표가 연임에 나설 경우 사실상 '떼논 당상'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총선 기간 이 대표의 공천 방식에 반발하던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도 당내 기류로 인해 섣불리 출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친명 중에서도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들도 국회의장이나 국회 부의장 출마로 선회했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까지 직접 지휘할 수 있다. 공천과정에서 지방권력까지 장악할 수 있어 이듬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다. 다만 선거 승리 여부가 변수다.
한 위원장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3일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당 사무처 당직자 20여 명과 시내 모처 중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처음 같이 호흡을 했으니 종종 같이 보며 교류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패배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윤 대통령이 제안한 오찬은 거절했지만, 비대위원 및 당 사무처 직원등 100여일간 동고동락한 인사들과 결속을 다진 셈이다.
당초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참패 이후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다른 행보다.
지지층 행보도 심상치 않다. 특히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에서 큰 변확 감지된다. 2020년 7월 개설돼 총선 전까지 1만8000명이었던 카페 회원수는 오히려 선거 참패 후 이날까지 4만203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 전당대회 등판을 기대하며 '책임당원 가입 캠페인'도 독려하고 있다.
대권 잠룡들이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공세가 한 전 위원장을 정치 무대로 소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릴 수록 커지는' 정치의 역설이다.
국민의힘 30·40세대 후보 모임 간사인 이재영 전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분간 쉴 기조였는데,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가만히 놔두질 않고 있다"며 "갈수록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출마 여부가 한 전 위원장의 출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정적이면, '이재명-한동훈' 구도가 재조명되면서 보수 지지층 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