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貧者一燈 <빈자일등>](http://contents.dt.co.kr/images/202205/2022050602102369061001[1].jpg "[古典여담] 貧者一燈 <빈자일등>")
가난할 빈, 사람 자, 한 일, 등잔 등. 가난한 사람이 바친 등불 하나. 물질이 적고 많은 것보다는 마음의 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르는 불교 고사다. 부처님의 전생담을 기록하고 있는 '현우경'(賢愚經)의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 코살라국의 사위성(舍衛城)에 난타(難陀)라는 아주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구걸로 연명할 정도로 가난했다. 어느날 부처님이 사위성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살라국의 왕과 백성들은 등불공양(供養)을 올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난타도 등불공양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거리에서 구걸해 얻은 돈 두 닢을 들고 기름집으로 달려갔다. 기름집 주인은 난타의 갸륵한 마음에 감동해 기름을 갑절이나 주었다. 난타는 등 하나에 불을 밝혀 부처님께 바쳤다.
밤이 깊어 가고, 세찬 바람이 불어 다른 등불은 다 꺼졌으나 유독 난타의 등불만은 밝게 빛났다. 등불이 다 꺼지기 전에는 부처님이 잠을 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제자인 아난은 등을 끄려 했다. 그런데 등은 꺼지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이 아난에게 말했다. "가난하지만 착한 여인의 성원(聲援)과 정성(精誠)으로 켠 등불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그 등불의 공덕(功德)으로 이 여인은 반드시 성불(成佛)할 것이다." 그러면서 부처님은 그녀를 비구니로 받아들였다.
조만간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다. 그에 맞춰 지난달 30일 오후 연등회(燃燈會)가 진행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년 연속 개최되지 못했다가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열리게 된 것이다. 이날 연등 행렬은 밤 하늘을 화려하게 밝혔다. 수천년 전에도 한 가난한 여인이 정성을 다해 올렸던 작은 등불 하나가 꺼지지 않고 온 밤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빈자일등'이 보여주듯이 물질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메마르다고 할지라도, 정성을 나누는 삶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따뜻하고 밝은 빛이 온 누리에 고루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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