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건, 땅 곤, 한 일, 던질 척. 건곤일척. 하늘이냐 땅이냐 한 번 던져서 결정한다는 뜻이다. 또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 번 크게 겨뤄 자웅을 가린다는 의미다. 일의 성패를 놓고 단판으로 승부를 가른다는 의미도 있다. 어떤 도전적인 과업에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쓰인다.
건(乾)과 곤(坤)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8괘(卦) 중 하나다.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를 이르는 말로 천하와 천지를 지칭한다. 곧 건곤은 천하다. 원전은 당(唐)나라 문장가 한유(韓愈)의 시다. 한유는 전국시대의 혼란을 통일한 진(秦) 말기 한(漢)나라의 유방(劉邦)과 초(楚)나라의 항우(項羽)가 천하를 놓고 쟁투를 벌였던 홍구(鴻溝)를 지나며 '과홍구(過鴻溝)'라는 시를 지었다. 마지막 구절이 '실로 한 번 겨룸에 천하를 걸었구나'(眞成一擲賭乾坤)이다.
유방과 항우는 홍구에서 무수히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결국 홍구 서쪽을 유방이, 동쪽은 항우가 갖기로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서로 자기 지역으로 철군하려 할 때 유방의 책략가인 장량(張良)이 유방을 돌려세워 항우와 천하를 놓고 승부를 내도록 독려했다. 약조를 어기는 것이라고 반대하던 유방은 결국 장량의 말을 따랐다. 그 결과 유방은 대승해 천하를 얻었고 항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후대 사람들은 어떤 중대한 승부를 가리는 전쟁이나 담판을 가리킬 때 한유 시의 건곤일척이란 말을 인용하곤 했다. 현대에는 기업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모험적 투자를 감행할 때나 대통령 선거 같은 중대선거에서 우열을 가려야 할 때 많이 쓴다.
현재도 목하 20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이다. 국정의 향방을 결정하는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냐 정권재창출이냐를 놓고 여야 '다 걸기'를 하고 있다. 엊그제 이재명-김동연 단일화에 이어 어제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졌다. 양 진영 모두 한 치 양보 없이 승리를 위해 건곤일척 하는 모습이다. 단일화가 국민이 아닌 정파의 이익이나 단지 눈앞의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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