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와인과 막걸리](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2702102269660003[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와인과 막걸리")
레스베라트롤의 적정 용량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레드와인 100㏄에 단지 3㎎의 레스베라트롤 밖에 없기 때문에 아주 최소한의 효과라도 보려면 하루에 5리터 이상의 와인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레스베라트롤은 심장병이나 암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존스홉킨스의과대학 연구진이 이탈리아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투스카니 마을의 주민 800여 명을 대상으로 약 10년간에 걸쳐 진행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심장병 및 암의 진행과 레스베라트롤 농도 간의 관련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1999년 발표한 논문은 "미국인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비만 등에 대한 부정적인 두려움을 갖는 반면, 프랑스인들에게겐 음식이 기쁨 그 자체여서 식사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문화의 차이가 심장병 사망률의 차이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에 비만인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 심장병의 사망률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와인과 막걸리](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2702102269660003[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와인과 막걸리")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열풍을 일으켰던 막걸리도 비슷하다. 막걸리는 식이 섬유와 쌀의 영양분이 함께 있어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과거에 농사를 짓다가 허기가 지면 간식으로 마셨다. '막걸리 돌풍'의 가장 큰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풍부해서 장 건강 및 성인병에 좋다는 것이다. 식이섬유는 나물 등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유산균도 굳이 막걸리가 아니어도 요구르트, 김치 등 각종 음식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다. 특히 유통되는 대부분의 막걸리들이 변질을 막기 위해 열처리를 통해 살균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유산균 효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항암 효과로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파네졸'이라는 물질이 있다. 항균, 항염증 및 항암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다. 사람에 대한 항암효과 보고는 거의 없다. 그리고 동물 실험에서도 쥐를 대상으로 kg당 50 ~ 100mg 정도의 고용량을 투여한 결과이다. 항암효능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은 한국식품연구원의 연구팀이 2014년 'Food Chemistry'에 실은 논문에 있다. 막걸리에서 파네졸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인용된 횟수는 32건에 불과하다. 이 논문에 근거하여 막걸리의 항암효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을 때 조차도 항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매일 막걸리 13병을 마셔야 한다는 점이 논란이었다. 그렇게 마시면 알코올로 인한 암 유발 효과가 월등히 더 커지게 된다.
소중한 우리 전통주가 입맛에도 더 적합하지만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외국 술만을 고급주로 생각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막걸리와 같은 전통주를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마치 건강식품인 것처럼 주장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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