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DT현장] 민주당, 누구를 위한 `룰`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1102102269044001[1].jpg "[DT현장] 민주당, 누구를 위한 `룰`인가")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은 몸풀기가 한창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민주당 대선주자 빅3 외에도 민주당의 소신파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이나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두관 의원도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지사는 경기도를 넘어 여의도로 세 확장에 나섰다. 오는 20일 '이재명계'를 주축으로 하는 '성장과 공정포럼(성공포럼)'을 출범한다. 포럼에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이재명계인 4선의 정성호 의원과 5선의 조정식 의원, 재선의 김병욱 의원 등 3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호남과 영남을 오가는 '쌍끌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8일 광주에서 '신복지 광주포럼'을, 9일에는 부산에서 '가덕신공항 추진 신복지 부산포럼'을 창립했다. 이 지사의 기본시리즈 복지와 이 전 대표의 '신복지'가 정면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광화문 포럼'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넓히고 있다.
대선 공식 출마선언은 박 의원이 가장 빠르다. 박 의원은 2017년 장미대선을 치렀던 5월9일에 맞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971년생인 박 의원은 '젊은 대통령'을 표방하며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적통 계승자'를 자처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이 슬슬 대선 레이스 출발선에 서고 있으니 이제는 예선전(예비경선)과 대표선수 선발전(경선)을 준비하면 된다. 민주당은 현행 당헌·당규상 대선 180일 전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 3월에 대선을 치르니 9월까지 대선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9월 최종 경선을 치르려면 예비경선은 6~7월 중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선이 10개월 남았다고 느긋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출발을 알릴 신호탄을 쏘기 전 결승점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경선 연기론'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경선 연기론을 쏘아 올린 것은 친문계 재선인 전재수 의원이다. 전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경선을 연기해야 하는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았다. 그는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1년이상 치르고 있다. 지쳐있고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출마를 준비 중인 김두관 의원도 대선 주자인 정 전 총리와의 조찬회동에서 경선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여권의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인 이 지사 측은 경선 연기에 반대하고 있다. 경선 연기 자체가 이 지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김병욱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대선 주자들이나 주변인들이 경선 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정을 조금 늦추는 수준의 일이 아니라 '룰'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규칙을 바꾼다는 것은 변화에 따른 유불리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경선 연기론의 진의에 이재명 견제론이나 친문 제3후보론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이미 '룰'을 바꿔 큰코를 다친 일이 있다. 불과 한 달 전이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고 '귀책사유가 있는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꿨다. 결과는 재보선 참패였다. 민심은 민주당이 선거를 위해서라면 손바닥 뒤집듯 당헌까지 바꾸는 가벼움에 실망했다. 진보학자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민주당 초선의원 강연에서 민주당이 당헌을 고쳐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높은 수준의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선 연기는 당헌을 바꿔야 하는 규칙은 아니다. 당무위원회 의결로도 가능하다. 경선 연기 논쟁의 핵심은 누구에게 유리하느냐 불리하느냐가 돼서는 안된다. 룰을 바꿔야할 합당한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할 문제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