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DT현장] 마윈, 중국 공산당에 밉보인 죄](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0402102269607001[1].jpg "[DT현장] 마윈, 중국 공산당에 밉보인 죄")
중국 당국이 글로벌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에 3조원대의 벌금을 부과했다. 반독점 관련 벌금으론 역대 최대다. 기존 최대 벌금액수는 2015년 퀄컴에 때렸던 1조원이었다. 자국기업에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이 중국공산당의 역린을 건드렸던 걸까. 알리바바는 대체 무슨 잘못을 했을까.
이번 대규모 벌금의 표면적 이유는 반독점 이슈 때문이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마윈은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영업'에 비유한 괘씸죄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독한 수난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 모바일결제 1위 앤트그룹의 홍콩과 상하이 증시 동시상장이 무산됐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나 티몰같은 자사 플랫폼 내 입점업체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 사업역량을 확장해왔다. 누구든 알리바바에서 물건을 팔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조건이 있었다. 다른 플랫폼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렇게 확보된 소비자 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로 분석해 가격 정책을 치밀하게 세운 뒤 입점업체들에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e커머스와 결제시장을 완전장악한 후 승승장구했다.
중국정부는 거대 플랫폼 경제의 등장을 우려하면서 2018년부터 반독점법 수정작업을 해왔다. 그 이듬해엔 3대 반독점법 주요 임시규정을 마련하는 등 규제의 칼날을 갈아왔다. 중국 규제당국은 독점법 위반이라는 근거를 들어 알리바바 제재에 나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텐센트, 바이두 등 12개 기업도 엄청난 벌금을 부과했다. 플랫폼 기업에 쌓이는 엄청난 빅데이터를 중국 정부의 통제권으로 두겠다는 속셈이다.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플랫폼 기업의 준법정신을 강조한 이후 거대 인터넷기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서방 기업 영업방식과 다를 바 없는 인터넷 공룡들을 본격적으로 손보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지배력과 독점적 지위의 남용은 어느 나라서든 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규제는 반독점 이슈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체제 보호 본능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첨단화를 걷는 테크기업들의 행보가 자칫 체제 위협으로 수렴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이면서 저항인 셈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순수한 의도로 읽혀지지 않는 이유다. 중국 규제당국의 움직임은 누구든 공산당의 권위를 넘봐서는 안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져줬다. 여기에 알리바바가 시범케이스로 걸려들었다.
일단 인터넷 공룡 길들이기는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에도 견조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던 알리바바가 성장동력을 급격히 잃고 있다. 각종 규제 여파로 알리바바 주가는 급락했고 시가총액도 2000억 이상 감소했다. 따끔한 매질은 주효했다. 바이두와 징둥, 텐센트, 디디추싱 등도 줄줄이 법률을 준수하고 반독점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을 했다.
그런데 참 웃긴건 시장경제의 매커니즘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공산당식 사고방식이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익을 내겠다는 핵심성장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체제의 한계다. 중국은 자본주의 경제색채를 상당부분 띠고 있지만 여전히 근간은 사회주의국가다. 플랫폼의 파워는 데이터에서 나오고 그 데이터는 또다른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다. 플랫폼 기업들이 구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게 디지털 경제 생태계다. 이를 혼란스럽게 바라보는 중국 규제당국이 그래서 딱할 뿐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마윈이라는 인물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중국에서 당과 국가의 권위에 대항해 추락한 기업인이 한 둘이 아니다. 시진핑 주석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부동산 거물 런즈창이 대표적이다. 중국 보험업계의 판도를 흔들어놓은 안방보험의 창업자 우샤오후이도 부패혐의로 체포돼 몰락했다. 중국 정부는 마윈의 앤트그룹 기업공개(IPO) 계획 승인을 결정한 배후자도 색출하고 있다.
마윈은 현재 모든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규제당국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마윈은 중국을 떠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또다시 중국에서 '제2의 마윈'이 나올 수 있을까. 이게 바로 민간기업의 역동성을 배제하는 중국의 민낯이다.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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