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더] “잊혀질까 두려워”…아들을 가슴에 묻고 쓴 ‘눈물의 에세이’

입력: 2021-04-23 11:00 정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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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더] “잊혀질까 두려워”…아들을 가슴에 묻고 쓴 ‘눈물의 에세이’

연합뉴스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가시지 않는다.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이 아프다. 한빛의 모든 것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죄다 끌어안고 싶다. 계속하고 싶은데 하나씩 하나씩 옅어짐에 몸서리친다."

지난 2016년 10월 방송업계의 열악한 제작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다 숨진 고(故)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 씨가 아들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에세이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를 최근 출간했어요. 머리로는 아들의 죽음을 직면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겨웠다는데 그래도 틈틈이 61편의 글을 써왔다고 하네요.

방송업계 환경 지적한게 왜?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은 안돼

아들 흔적들 돌아보며 다가가

아이클릭아트

저자는 아들에 관한 흔적과 글을 살피면서 아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자 했다고 전했어요. 저자는 아들이 2016년 5월 '구의역 김군' 사고 현장을 다녀온 뒤 쓴 일기를 읽고서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19세의 김군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던 중 열차에 치여 숨졌는데, 이씨는 이 사고 사흘 뒤 쓴 일기에 "슬픔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짜증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솟구쳐 머리가 아팠다"고 남겼다고 하네요.

'구의역 김군' 사고 현장 다녀온 아들

일기장엔 "복잡한 감정에 머리 아팠다"

무력함에 절망했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고 이한빛 추모자료집 '빛이 머문 시간'. 동생 이한솔씨 페이스북 캡처

저자는 "동시대 청년에게 일어난 참담한 일을 접한 한빛은 어떤 마음으로 갔을까"라며 "망하지 못해 망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 끔찍한 죽음의 행렬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함으로 절망했을 한빛"이라며 먹먹한 마음을 드러냈는데요. 또 "한빛을 기억해야 한다. 함께 걸어가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당당해야 한다"며 "한빛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았고 한빛에게 갚을 것이 많다. 이제부터 다 갚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네요.

한빛에게 빚 졌으니

당당하게 다 갚아 나가야지

어머니는 굳게 다짐했다

이한빛 PD 어머니 기자회견. 연합뉴스

저자는 2017년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아들의 죽음을 처음 공론화했어요. 아들의 죽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확인하는 일 같아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저자는 그때부터 아들의 죽음과 직면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요. 당시 유가족과 대책위는 이씨 사망 사건의 배경으로 제작진의 폭언 등 사내 괴롭힘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주장하며 CJ E&M에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고, CJ E&M은 두 달 뒤 공식으로 사과하고 시스템 개선 등을 약속했다고 하네요.

정병화기자 sinsajeong@dt.co.kr

[TIP] 청년의 마지막 외침, 그후 달라졌을까?

청년유니온 회원들의 이한빛PD 추모 퍼포먼스. 연합뉴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제가 있었는데도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아무도 문제제기를 못해서 문제가 계속 쌓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책위가 만들어지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당연하게 받아 들여졌던 제작구조 문제를 이제는 인정을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한빛센터가 알려지면서 하소연 하고 제보할 수 있는 곳이 생겨 문제들 중 일부는 해결된 사례까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작업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아 보입니다. 꼭 방송분야가 아니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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