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 위기 대응의 문제점](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2702102269660002[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 위기 대응의 문제점")
코로나와의 싸움은 벌써 10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이 이루어질 때까진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에서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다. 마라톤 주자처럼 길게 보고 구간 별로 힘을 배분해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하는데 그 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마치 100미터 달리기 하듯 전력 질주했다가 힘들면 쉬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춥고 건조한 날씨에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왕성해지고 실내 활동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의사들이 가을, 겨울철 3차 유행을 경고해온 것을 감안하면 너무 안이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담화에서도 병원이 감당 못할 정도의 환자 폭증을 막는 게 목표 중의 하나라고 했듯이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환자 발생을 통제하기 위해선 적절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관성 있게 지속하면서 격리 병실과 음압병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진 확보에 총력을 쏟았어야 했다. 그런데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현재 확보된 추가 병실이 많지 않아 현 추세라면 병실과 의료진 부족은 불가피해 보인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매우 중요한데 어느 순간 환자 발생 발표에서 이 수치를 알기 힘들어졌다. 이미 20%가 넘은 지 오래되는데 이 비율이 높으면 언제 어디서나 감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염 경로를 피하는 것만으론 예방이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과거처럼 이 수치를 확진자 수와 함께 매일 발표해야만 할 것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 위기 대응의 문제점](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2702102269660002[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 위기 대응의 문제점")
지겹고 고단한 코로나와의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가능한 한 빨리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하는 게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지난 17일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을 국내서도 하기 때문에 보다 유리하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으며 화이자와 모더나 두 회사에서도 오히려 그쪽에서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같은 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기구인 '코백스'를 통해 1천만명 분을, 백신 개발 글로벌 기업과 개별협상을 통해 2천만명 분을 각각 확보해 내년 늦가을까지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 대한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백신의 안정성 문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많은 나라들이 계약금을 지급하며 물량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한 달이라도 먼저 백신 접종을 할 경우 그 만큼 환자 발생을 줄여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기에 사회적 통제를 해제할 수 있어 경제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는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최대한 빨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게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경제적으로도 훨씬 유리하다. 현재로선 백신의 부작용보다는 백신이 안 맞아서 발생하는 피해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지금 진행중인 협상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정부 발표를 종합해보면 미국과 유럽에 우선 물량 배정이 된 다음에 후순위로 우리에게 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내년 가을이면 국내 업체를 포함한 많은 제약사에서 백신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매할 수 있겠지만 그 동안 국민이 감내해야 할 고통과 경제적 손실 그리고 세계 경제가 살아났을 때 경쟁력 확보 등을 감안하면 결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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