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와 전쟁, 적전분열은 자멸](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2102102269660002[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와 전쟁, 적전분열은 자멸")
이번 확진자의 증가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힘든 덥고 습기가 많은 시기에 시작했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더 기승을 부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생존 조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사회적 격리에 대한 노력이다. 지금 겨울인 남반부의 뉴질랜드와 브라질, 칠레의 경우가 그렇다. 철저한 방역을 한 뉴질랜드는 확진자 수가 전체 인구의 0.3%이지만 방역이 느슨한 브라질과 칠레는 각각 1.6%와 2%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과 교회 소모임 등을 허용했고 그 후에도 2학기 등교 허용과 외식 및 여행 장려 쿠폰을 발급하는 등의 통제 완화정책을 펴왔다. 감염자의 대부분이 감염된 후 14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며 평균 잠복기는 5.2일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증가된 환자들이 감염된 시기는 8월 초순이므로 이는 통제 완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모든 나라가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사회적 통제를 완화해야 하고 방역을 위해서는 반대로 강화해야 되는 딜레마에 놓여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고충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결론은 명백하다. 당장 힘들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해서 2차 대유행을 막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도 월등히 유리하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와 전쟁, 적전분열은 자멸](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2102102269660002[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와 전쟁, 적전분열은 자멸")
지금 확산되는 환자가 만일 2차 대유행의 시작이라면 이는 바이러스와의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모두가 마음을 합쳐 일사불란하게 대처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몇몇 교회에서 환자가 발생하였기에 기독교계가 비난을 받고, 감염 확산 이후에 열린 옥외 집회를 놓고 여야가 모두 책임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 또 방역 최일선에서 뛰어야 할 의료계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교회의 경우 대략 8만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많은 교회 중에서 문제를 일으킨 교회가 몇 군데 있다고 해서 전체 기독교를 비난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특정 교회에 책임이 있는 것이지 나름대로 방역에 최선을 다한 대부분의 교회들을 같이 비난하는 것은 불교 신도인 필자가 보기에도 공정하지 않다.
그리고 많은 의료인들이 대구 경북의 1차 유행 때 헌신적으로 일했고 몇몇 민간병원은 자발적으로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전환해 큰 역할을 했지만 그 결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을 발표하면서 의사들은 파업을, 의대생들은 의사 면허시험 거부와 동맹휴학을 선언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전국 의대생들이 유급되면서 내년에는 의대생을 선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과연 이 정책들이 코로나와의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공청회, 세미나 및 의료계와의 협의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을 모두 생략한 상태에서 긴급히 시행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오히려 각각의 사안은 충분한 시간 속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논의해서 의견을 수렴해야 할 장기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된 안건들은 코로나가 진정된 다음에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검토하기로 하고 우선은 코로나 퇴치에 힘을 모아야만 할 것이다. 사태의 엄중함을 의식한 의사협회와 복지부가 긴급 회동하였지만 불행히도 결과는 무위로 끝났다. 2차 유행이 발생한다면 1차 유행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왜 급하지 않은 사안으로 불필요하게 갈등을 빚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2차 대유행에 대해서 많은 의사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경고했지만 정부는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와 전쟁은 소중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모두가 힘을 합쳐 반드시 막아내야만 하는 싸움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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