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DT현장] 신동빈 `쇄신`을 주목하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802102269727001[1].jpg "[DT현장] 신동빈 `쇄신`을 주목하는 이유")
안팎에선 "자의에 의한 사임이 아니실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해 정기임원인사에서 롯데그룹은 황 부회장을 그대로 남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원한 2인자는 어디에도 없음이 증명됐다. '신동빈의 브레인'으로 불리던 황 부회장의 갑작스런 용퇴. 신 회장은 오랜 동반자의 퇴진을 결정하던 자리에서 입을 꼭 다물었다. 다만 인사로 모든 것을 말했다.
롯데그룹이 첫 2인자를 잃은 건 4년 전인 2016년 8월이다. 롯데그룹의 정책본부장인 이인원 부회장이 롯데그룹 내 비리 전반을 조사하기 위한 검찰 소환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이듬해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출범했다. 앞서 그 해 2월 황 부회장은 회사의 신설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 수장으로 선임되며 2인자로 등판했다.
롯데그룹은 2015년 이후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형제 간 경영권 갈등 이외에도 2017년 경북 성주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마트는 끝내 중국에서 철수했다.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신동빈 회장은 구속 수감됐다 2018년 10월 8개월 만에 풀려났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2분기 영업익은 14억원에 그쳤다.
이런 롯데에 올 초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에 이어 황각규 부회장 퇴진까지 큰 변화의 물결이 감지된다. 신 회장이 황 부회장을 내친 직접적인 배경은 알려진 바 없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치소에 수감돼 자리를 비웠을 당시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진 인물이다. 황 부회장의 대내외적인 위상은 이미 임원을 넘어서 있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현 위기 국면에서 신 회장이 그룹 장악력을 더욱 키우며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할 때 황 부회장의 커진 위상은 오히려 불편한 점이었을 수 있다. 신 회장은 2018년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항소심 당시 "201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2016년까지 실질적 권한은 내게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당시 총괄회장)이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행사했단 뜻이다.
이제 롯데는 그야말로 신동빈 원톱 체제다. 롯데그룹이 '유통·화학' 두 축의 고전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 지 주목된다. 국내 1위 유통재벌인 롯데그룹의 이례적인 인사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국내 전통 유통산업이 변화하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통산업은 국내시장에서 서비스·플랫폼의 중요성만큼 위상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와중에 코로나는 5년 뒤 다가올 미래를 당장 눈앞에 가져다 놓았고 유통업은 최전선에서 타격을 받았다. 온라인 유통업계에선 "롯데는 디지털 DNA가 없다", "몇 년 뒤를 위한 물류센터 자리를 지금 알아보고, 개발자 영입에 박차를 가하며 하루라도 빨리 혁신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데 (롯데는)너무 늦는게 아니냐"고 말이 많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롯데지주는 앞으로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바뀐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롯데의 시계추가 빨라질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은 또 다른 숙제도 안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본 기업인만큼 국민들의 정서적인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롯데는 글로벌 기준에 걸맞은 지배구조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롯데는 제과·유통·화학 등 많은 일자리를 국내에 창출했고, 한국 근대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 점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롯데 계열사가 현금배당을 하면 롯데홀딩스 등 일본기업에 배당금이 건너가는 구조 탓에 일본계 기업이라는 의구심도 사왔다. 이제 롯데가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디지털시장에서의 유통대기업 생존전략과 정체성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면서 국민 정서를 돌파할 지 신동빈 회장의 두 어깨에 걸려 있다.
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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