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치료약에 쓰이는 바이러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1202102269660001[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치료약에 쓰이는 바이러스")
그리고 드물게는 숙주인 세포의 DNA와 결합해 숙주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가 해당된다. 자궁 경부세포에 침투해 유전자를 변형시켜 암세포를 만들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으로 감염을 막으면 자궁경부암이 예방된다. 따라서 자궁경부암 백신은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에 접종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이렇게 기존 세포의 각종 구조들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세포의 특성과 바이러스의 구조가 잘 맞아야만 가능하다. 이를 종의 특이성이라 하여 특정 바이러스는 사람을 포함한 특정 동물에만 기생(감염)할 수 있다. 반대로 간단하지만 매우 다양한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특정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특정 부위에 작용하는 약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교적 다양한 세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와는 달리 항바이러스제는 특정 바이러스에만 국한되어 효과를 나타나게 된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DNA에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그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에서는 RNA를 이용하기 때문에 DNA는 원본 파일과 같이 안정된 상태로 보관된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DNA와 RNA 중 하나만 가지고 있어 B형 간염이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같은 원본 파일 형태의 DNA 바이러스는 변이가 일어나기 힘든 반면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에볼라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쉽게 변이를 일으킨다. 우리가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매년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치료약에 쓰이는 바이러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1202102269660001[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치료약에 쓰이는 바이러스")
따라서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다른 종류의 동물에게도 감염을 일으켜서 과거에 없던 유행병이 발생하게 된다. 사향고양이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된 사스나 낙타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이된 메르스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돌연변이를 일으키더라도 완전히 다른 종을 감염시키기는 힘들기 때문에 코로나19도 우한 해산물 시장에서 시작되었지만 생선류에 의한 감염은 처음부터 고려되지 않을 수 있었다.
바이러스는 기존세포에 들어가 기존세포의 기능을 마음대로 활용해 증식하는 반면 살아있는 세포 밖에 있을 때는 급격히 약해져 수 시간에서 수 일 이내에 사멸한다. 일반적으로 저온의 건조한 곳에서 수명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각각의 바이러스가 선호하는 온도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경우 5도에서 8도 정도에서 가장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현재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가 단독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까닭에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로 분류하는데 과거에는 바이러스가 먼저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숙주인 세균이 먼저 생겨나고 나중에 바이러스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바이러스가 다 해로운 것은 아니어서 박테리아만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도 있다. 현재 어떤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박테리오파지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즉 인체에는 해가 없으면서 특정 세균만 제거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꿈의 항생제가 수 년 내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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